[기자수첩] 금감원의 애매한 'P2P대출 실태' 발표

정상 P2P업체 불똥 우려 커져

기자수첩입력 :2018/11/23 17:09

선한 동기로 행한 사소한 일이 악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고의적인 사건이 돼 버린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P2P대출업체 연계 대부업자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발표가 그렇다. 금감원은 지속되는 사기성 P2P대출업체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고 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한 의도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P2P 대출에 대한 법제화가 없는 상태에서 금감원의 발표는 '구두성 경고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피해 투자자들의 쓰린 속내를 달래줄 순 있지만, 그들 역시 금감원의 발표로 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소송 뿐이다.

여기서 금감원의 실책이 드러난다. 금감원은 발표 브리핑 당시 "업계 1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위 20개 업체 중 10개를 다시 봐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금감원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업체명을 정확히 공개하긴 힘들었을 텐데, 이 때문에 정상적인 업체에 불똥이 튈 여지를 준 것이다.

P2P업계에서는 당장 영업에 대한 '한파'라면서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 금감원의 발표로 당장 개인 투자자보다 투자 한도가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하고 있어서다. 기관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발표를 모든 P2P대출 업체에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당연히 P2P대출업체 모든 종사자들이 나쁜 사람일리 없다. 만약, 금감원의 선한 의도로 시작한 애매모호한 발표가 결과적으로 P2P대출업체의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리게 한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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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명확한 법이 없음에도 불구, 발표한 이유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소임이라고 답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뭉뚱그려 이런 점도 문제일 수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만 갖고 온다. 불확실성은 자칫 국내 경제, 시장 상황에 피해만 줄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에 내놓은 애매모호한 대책에 있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