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년...블록체인 어디로 가고 있나

[기자수첩] 탈중앙화 가치 다시 생각할 때

기자수첩입력 :2018/10/31 17:16    수정: 2018/11/02 02:13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사람이 '비트코인'의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날이다. 이날 온라인에 올라온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9쪽 짜리 논문은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의 시작이 됐다.

"완전한 P2P 방식의 전자 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쓴, 이 짧은 논문은 어떻게 수백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했을까.

이 질문은 곧, '비트코인은 어떤 점에서 혁신적인가', '비트코인이 혁신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란 질문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비트코인 논문은 초록에 이 시스템의 핵심을 이렇게 적어놨다. "이 문서는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지불을 막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중지불을 막는다는 얘기는 '한번 쓴 돈은 다시 못 쓰게 한다'는 말이다. 즉, 권한을 가진 중앙화된 주체 없이도 정직한 거래가 이뤄지는 환경을 시스템적으로 만들겠다는 게 비트코인 시스템이다.

한번 기록된 거래를 되돌리지 못하게 해야 정직한 거래가 강제된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기술적 장치를 도입했는데, 그 중에서 핵심은 작업증명(PoW)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PoW는 컴퓨팅 파워가 큰 사람이 블록을 생성하고 전파하는 일을 담당하게 하고,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누군가 거짓으로 없는 비트코인이 있다고 주장하려면 훨씬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들이도록 했다. 이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게 돕고 보상을 받는 것이 이중지불을 일으키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인 환경을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분산데이터베이스, 암호화 기술에 새롭게 PoW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접목했다. 이로써 비로소 완전한 P2P 네트워크가 가능해졌다.

PoW는 의미없는 연산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쓰게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비트코인은 지난 10년 동안 실패 없이 작동했다. 규칙과 인센티브를 장착한 이 시스템은 중앙화된 주체를 완전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에서 시작한 블록체인이 혁신적인 기술이려면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간과해선 안된다.

"모든 노드(참여자 컴퓨터)가 동일한 데이터를 나눠 저장하고 있다"든지, "데이터를 블록단위로 묶어 이전 블록을 해시 값(일종의 디지털 지문으로 암호화돼 원본 데이터를 식별할 수 없다)을 새로운 블록에 저장해 연결한다"는 말로 블록체인을 정의할 수 없다.

앞의 설명은 셰어드 데이터베이스(DB)일뿐이고, 뒤에 설명은 이미 1991년 나온 암호화 기술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세계 금융 시장이 붕괴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등장했다. 소수의 금융 권력이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전통 금융시장에 대한 대안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비트코인 시스템의 성공적인 작동은 이 기술이 금융 혁명 이상의 혁신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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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논문이 등장하고 10년이지만,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사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엔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내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를 휩쓴 투기 열풍이 이제는 사그라들었다. 이제 다시 블록체인의 본질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