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금지로 사라진 미래

[전문가 릴레이 기고 ③] 정상호 크로스체인테크놀로지 대표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23 10:13    수정: 2018/10/23 11:46

정상호 크로스체인테크놀로지 대표

한때 대한민국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중심이였다. 블록체인 특징 중 하나인 탈중앙화를 통해 독점과 분배, 자본과 수익, 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됐다. 소유 와 규모 경제에서 탈피,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커뮤니티 경제 실현 등의 길이 보이는 듯 했다.

인재들도 이곳으로 몰렸다. 글로벌 일류 대학 출신 인재들이 가장 먼저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들었으며, 이들은 야근을 하고 밤을 새는 열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국내 블록체인 기업에는 파란 눈의 외국인 개발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화가 되어 있었다.

제2의 인터넷이라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내다본 사람들은 ICO를 통해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꿈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었다. ICO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됐으며, 전세계 자본이 ICO에 몰렸다.

대한민국 서울은 그 중심에 있었다. 서울에서 하는 블록체인 행사는 세계 유명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세계 유명블록체인 기업들은 서울에서 본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어했다.

이를 보면서 블록체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거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바로 대한민국이 세계 암호화폐 금융의 중심이 되는 꿈이었으며, 심지어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ICO가 제재의 대상이 됐다. 언론, 정부기관 등에서 연일 강경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를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는 관료도 있었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까지 암호화폐나 ICO 이야기가 나오면 사기라고 비난 했다.

ICO와 암호화폐, 블록체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셋은 모두 침체기를 맞았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위축되어 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투자는 미뤄지고 있다. 유망 블록체인 기업들은 한국을 떠났고, 한 때 세계 1,2위 였던 암호화폐 거래소는 순위 밖으로 밀려 났고, 매각되거나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한다. 규제가 심하다 보니 필요없는 법무 검토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고,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제한을 받고 있다.

정상호 크로스체인 대표.

현재 암호화폐 가격은 떨어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고,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 이제 더 이상 ICO로 자금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추가 개발비가 필요한 프로젝트는 중단이 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고, 새로운 기업과 아이디어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

해외에서 개발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블록체인SI 사업을 하는 기업들만 호황을 맞고 있다. 사실 SI에는 암호화폐가 필요없다.

ICO는 블록체인 생태계완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ICO는 토큰을 팔아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선 모집하는행위라고 정의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의는 너무 단편적이고 협소한 정의다.

그럼, ICO에 대한 바른 정의는 무엇일까?

첫째, ICO는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제대로 된 블록체인 생태계는 탈중앙화 되어 있고, 자발적 참여와 역할 분담 및 공동 소유가 기본이다.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나누며 거버넌스를 만든다. 참여자들이 프로젝트를 감시 및 감독하고, 생태계를 함께 키워나가는 행위다.

둘째, ICO를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검증된다.우선, ICO 전문 플랫폼에 의해 검증된다. 전문가들이 정해진 기준에 의해 기술 우수성과 토큰 이코노미 설계, 프로젝트 구현 가능성, 성장성을 검증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과 어드바이저,파트너들의 능력도 검증한다. 이렇게 까다롭게 검증된 ICO만이 시장에 소개되고 투자금 모집을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ICO가 시작된다고 해도 검증이 끝나는 건 아니다. ICO에 참여하는 다수 투자자들의 검증의 벽을 또 넘어야 한다.

셋째, ICO는 기업과 투자자, 참여자들 간 소통과 감시 및 관리 역할을 한다. ICO에 참여한 기관과개인투자자, 기업이 SNS 단톡방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기업을 감시하고 감독한다. 커뮤니티가 만들어 지고 이 커뮤니티가 자연히 프로젝트를 감시 및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ICO는 참여자들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장소인 것이다.

ICO가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사기라는 말을 의미한다. 프로젝트가 정상적인데 ICO만 사기일 수 없다.

그렇다면 사기성은 누가 검증할 수 있을까? 사업모델이나 기술이 이해가 안되면 사기일까? ICO로 판매한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 사기일까?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블록체인 기업 대부분이 설립한 지 이제 막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이제 갓 태어나서 기기 시작했다. 아직 사기 운운하며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ICO 사기로 손해본 사람들이 많다는 말도 있다. 정말 그럴까? 사기를 목적으로 시작한 ICO는 일단 제외해보자.

투자자는 ICO 과정 동안 제공되는 많은 정보와 수많은 ICO 참여자들의 집단지성에 의해 어느정도 사기성을 판단할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ICO 사기로 손해를 봤다기 보다 ICO 토큰 가격의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1,2세대 대표 토큰들도 가격이 하락하는데 알트코인은 말할 것도 없다. 잘못된 여론 형성과 정책 방향도 암호화폐 가격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현재의 ICO 금지는 블록체인 발전에 해가 될 뿐이다. ICO금지는 참여자들의 접근과 소통을 막고 있으며,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검증 받을 기회도 막고 있다. 최종 사용자인 유저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할 기회를 막고 있고, 이들의 니즈를 반영할 수단을 차단하고 있다. ICO 금지는 ICO뿐만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모두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작년에 ICO가 허용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본과 기술, 전문가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본사를 두고, 활발히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인재들이 모여드는 나라가 되고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을 것이다.

서울은 세계 ICO의 중심이 되어 세계 투자자들이 서울로 몰려들었을 것이며,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들은 호황을 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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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 제2의 인터넷 블록체인의 주인이 될 기회, 또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 이제 와서 ICO를 허용한다고 해도 ICO에 참여할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들도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 벤처에 투자하는 VC들은 법 때문에 투자가 쉽지 않다. 11월에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정해진다고 한다. ICO 육성과 네거티브 규제안이 나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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