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없는 학교가 멀지 않았다

[조중혁 칼럼] AI-로봇 발달로 기존교육 무의미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10 14:56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 지금 직업의 90%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길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치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교육 방식을 고집하는 나라와 개인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육부총리 청문회, 숙명여고 쌍둥이, 연세대학교 통합 갈등 등 교육 관련 논쟁은 많지만 그 어디에도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글로벌 대학들도 생존을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는 기존 교육 방식에 대한 무용론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모든 교육의 관심이 명문대 입시에 쏠려 있다.

유튜브 강의로 온라인 교육을 이끌고 있는 ‘살만 칸(Salman Khan)’은 학교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은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교실에서 당신의 강의를 이용합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강의를 제공하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학교에서 살람 칸의 온라인 강의를 듣기 때문에 점차 교사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럼 왜 학교에서는 교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까지 수업 시간에 칸의 수업을 듣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가 수업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고 반응도 좋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인기 MOOC 강사인 살만 칸의 테드 강연 모습. (사진=TED 화면 캡처)

학교에서 학생들은 유튜브를 통해 내가 모르는 내용을 분석해 자동으로 만들어 진 강의를 듣고 그래도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채팅으로 질문을 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유튜브를 수업에 활용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으며 유튜브에 친숙한 학생들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유튜브 강의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선생님이 필요 없거나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선생님만 필요한 세상이 오고 있다.

살만 칸은 세계 최고의 인기 MOOC 강사로 통한다. 그는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6,000개 개 이상의 수학, 과학, 컴퓨터 프로그램밍 관련 강의를 제공을 시작으로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 역사, 의료, 의학, 금융,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우주론, 예술, 경제, 음악 등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해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해 그의 강의를 듣는다. 홈페이지에 가입해 무료로 강의를 듣거나 유튜브에서 'Khan Academy' 계정을 구독을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MIT 학사, 석사 출신이며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에 다녔으며 투자 회사에 근무했던 인재이다. 칸 아카데미는 칸이 사촌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무료 강의를 해 준 칸에서 감사의 편지를 보내자 다니던 투자 회사를 그만두고 칸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강의를 했는데 공개 강좌를 통해 '글로벌 문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추종자가 늘어나며 강의와 테마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는 교육은 더 이상 사치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누구든지 무료로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 강의의 선순환도 늘어나고 있다. 칸 아카데미를 통해 공부를 해서 대학에 입학하거나 프로그램밍 실력을 늘려 실리콘밸리에 입사한 사람 중 자신이 입은 수혜에 대한 보답으로 무료 강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세계 유명인사와 함께 토론을 진행하는 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빌게이츠와 함께 IT, 교육의 미래 등에 대해서 토론하는 영상을 제공해 주목 받았으며 테슬라 창업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 "총으로 싸우는 시대, 여전히 칼 품질 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우리 아이들이 수업 받는 교실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는 이미 빠르게 디지털화되었다.

초등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교과서를 보거나 칠판에 글을 쓰는 대신 모니터를 보면서 설명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 숙제도 교과서만 풀어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조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이 가르칠 자료를 컴퓨터를 이용해 하나하나 만드는 일이 빈번했지만, 요즘은 이런 자료를 직접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 기업에서 이미 모두 만들어 싸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체험 영상, 과학 실험 영상 등 초등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영상 자료, 효과적인 학습 효과를 높이는 이미지 자료, 요점정리, 핵심문제, 교과서 사전 등의 모든 수업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과거 선생님들이 만들었던 자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식적인 내용 외에도 흔히 선생님이 교육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율, 봉사, 진로, 인성, 학교폭력 예방, 창의력 향상, 다문화 등도 모두 해당된다. 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까지 자료가 다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심지어 단원, 중간, 기말, 수행 평가는 물론 최신 교육 경향을 반영한 서술형, 논술형 평가까지 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문제와 문제 소스까지 제공한다. 선생님들은 여기에서 시험 문제를 골라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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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선생님은 큰 변화를 요구고 있으며, 인공지능 세상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칼로 싸우던 세상에서 총으로 싸우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어떤 칼이 좋은 칼이고 어떤 검술이 훌륭한지에 대해서 싸우고 있다. 총으로 싸우는 세상에서 칼로 싸우던 세상의 논리를 고집하면 모두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기존의 교육 방식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칼을 버리고 총으로 어떻게 싸울지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