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기자수첩] 금융 혁신, 결과로 인정 받아야

기자수첩입력 :2018/09/21 11:14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손꼽히는 금융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한 일이 일어났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특례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금융 혁신'을 이루고 말겠다는 정부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특례법 통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임직원에게 기쁜 소식이겠지만, 가슴 한 켠이 무거울 것이다. 자본 확충의 어려움을 빌미로 금융 혁신에 굼떴던 모습을 이제는 누구도 용인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엔 금융위원회가 제3, 4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예비인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제 경쟁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시험대' 그 막이 오른 것이다.

어떤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것인지, 비대면 채널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세일즈 방법은 '디지털 혁신'을 외친 시중은행과 어떻게 다를 것인지 모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침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CSS)고도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례법에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허용했기 때문에 중금리·중신용대출 시장뿐만 아니라 무담보·중금리·중소기업대출 시장에도 획기적인 돌풍을 몰고 오리란 기대도 크다.

'편리하다'는 혁신을 인터넷전문은행의 제일 큰 성과로 인정했으나, 특례법 이후에도 편리함만이 혁신의 결과다로 대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상 케이뱅크는 은행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출 중단이 잦았으며, ICT DNA와 사용자환경, 경험이 뛰어나단 평을 받은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와 브랜드 인지도를 차별화하는 데는 모자랐다.

관련기사

기대도 함께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던 여론과의 대결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은산분리를 풀어준 것이 국회이고, 정치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수혜를 입은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사금고화의 전초기지로 전락했다는 악평이 지배할 것인지, 최종구 금융위원장 말처럼 "변화하는 시대, 금융 혁신을 위한 여야의 합의"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달린 상태다. 여론을 설득하는 것은 간단하게 '그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수밖엔 없다.

내년이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3년차를 맞는다. 3년 차에 획기적인 '물꼬'가 트였으며, 동시에 잘 해쳐나가야할 현실적 상황도 도처에 널려있다. 국내은행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빼아긴 작은 파이를 찾아오려는 갖은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국내 금융산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는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 '연어'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규제를 흐뜨러트린 외래종으로 전락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