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 클라우드의 민간 개방, 새 문 열린다

기자수첩입력 :2018/09/27 23:24

이달초 행정안전부가 공공 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3년전 클라우드컴퓨팅발전법 시행 후 민간에서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에 답한 것이다.

행안부의 새로운 '공공부문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민감 정보를 제외한 대다수 대국민 서비스가 민간 클라우드에 올라가게 됐다. 행안부와 과기정통부는 상징성 큰 시스템을 하나씩 선정해 민간 클라우드로 시범전환하기로 했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서비스 계약조건'을 별도로 제정했다. 수요기관은 클라우드 이용요금제를 정액제, 종량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용요금 납부도 월납 또는 분기납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공공기관 클라우드의 민간 시장으로 개방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더 구체적인 후속조치와 클라우드 법률 개정이 남있지만 시장에 숨통을 트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사진:픽스타(PIXTA)]

기존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정보등급 구분은 사라졌다. 기존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3등급으로 나누고 낮은 등급 정보시스템만 민간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민간 클라우드를 쓸 수 있는 공공 데이터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매우 협소한 시장은 KT,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같은 대형기업의 전유물이었다. 다수의 민간 SW기업이 공공 시장에서 클라우드로 돈버는 방법은 시스템 용역 뿐이었다. 국내 클라우드업계가 온전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 시장 개방을 요구한 건 당연했다.

2010년 들어 한국의 대표 클라우드 기업을 자처했던 수많은 대중소 기업이 있었다. 빠르게 클라우드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기업도 많았다.

여러 클라우드 기업의 기대와 달리 시장은 빠르게 변하지 않았다. 일반 기업체의 클라우드 여정은 느렸다. 시장을 선도할 주체로 공공 분야만 남았다. 많은 이의 기대와 우여곡절 끝에 클라우드 발전법이 제정됐지만, 큰 장벽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태반의 클라우드 기업이 사라졌거나 핵심사업을 타분야로 변경했다. 자본력을 가졌거나, 버텨낼 끈기를 가진 회사만 남았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는 외국의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너 기업들로 주요 구성을 바꿔 채웠다.

상황을 반전시킬 여건은 이제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 내년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아주 낙관적인 건 아니다.

클라우드 선진국이라 할 미국도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대기업의 각축장이다. CIA를 시작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강력한 지위를 다지고 있다. 미국 공공IT시장에서 전통의 강호인 IBM도 건재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도 공격적으로 덤벼든다.

중소 클라우드 관련 기업은 미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대형 서비스회사의 파트너로 생존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미국 정부 기관의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따내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도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자체가 규모의 경제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기 때문에 대기업에 유리한 분야다.

독자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회사는 거의 대기업이다. 중견중소기업도 손에 꼽힌다. 게다가 국내 굴지의 대형 IT서비스회사들이 이미 미국 클라우드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공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의 클라우드 회사 다수는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 사업자다.

이를 감안할 때 한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국내외 대형 회사가 공공기관 클라우드를 유치하는 시장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나 지자체의 전산센터 구축, 운영을 놓고 벌이는 용역 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가 제도 개선으로 새로 열리는 시장이고, 후자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관련기사

내년 정부는 공공 클라우드에 대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문제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 문제, 노동, 고용, 임금 문제를 포함해 기업과 개인 및 기업과 기업 간 분쟁, 시장 독점 논란,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 시비 등 다양하다.

행안부나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유관 부서는 내년부터 새롭게 제기될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조금씩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예상되는 문제는 제도 개선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피해를 키우지 않고, 너무 늦지 않도록 대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지난 3년 간 민간의 요구사항을 듣고 방안을 내놨던 기본적 태도는 당연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