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조중혁 칼럼]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까

전문가 칼럼입력 :2018/09/18 13:51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인간 대통령이 완벽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고 배웠는데, 이제 최선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명인 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의 주석’이라고 말 할 정도로 플라톤의 철학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플라톤의 주장이 서양을 넘어 전 세계의 근간을 만들고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무시된 대표적인 분야가 하나 있다. 지도자를 뽑는 방법이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는 철인왕이 다스리는 국가였다. 플라톤은 존경하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형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이유 때문인지 인간은 잘못된 판단, 정치적 혹은 개인적 이익 등으로 국가를 위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거나 안 한다고 생각했다.

철인왕은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해 최상의 행위가 무엇인지 아는 자이며, 이 앎을 통해 다른 사람을 안내하고 이끄는 리더로 정의했다. 그는 지식만 높다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공명정대하며 국가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리사욕이 없어야 하기에 재산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결혼도 할 수 없었고 가족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적 즐거움이 없이 오직 국가를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기 위해서 플라톤은 정치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하며 나이가 충분히 먹을 때까지 나라에서 충분한 교육을 시켜야 하며, 그들이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게 결혼과 연애를 금지 한 후 오직 국가를 위해서 봉사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의 사상은 서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그가 주장한 이상적인 국가의 통치방법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없고, 가족도 없이 사리사욕이 없는 완벽한 지도자는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주의는 플라톤이 지적하는 것처럼 중우정치로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완벽한 인간이 없기에 완벽한 지도자가 없는 현실에서 여러 사람의 판단이 우리가 생각 할 수 있는 차선,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동안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카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지식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 확실하고, 인간과 달리 사리사욕이 전혀 없는 인간지능이 나타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포함한 인간적 소양을 인간보다 더 많이 갖추고, 이해관계, 인간의 편견, 편협한 감정, 정치적 욕심 등 공공성을 지향하는 자리에서 배제해야 하는 사적 요소까지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철인왕의 모습이 된다. 또한,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철인왕처럼 AI는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처럼 몇 년마다 반복되는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AI가 통치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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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사법행정권 남용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인터넷 댓글을 보면 판사보다 AI가 판결하는 것이 더 좋다는 댓글이 자주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판사를 AI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사법부에 대한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비아냥처럼 보였던 댓글들이 점차 현실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시 등은 이미 판결 전 AI에게 물어보고 판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대법원은 2021년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소송 도우미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조만간 AI가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언제 AI가 보조적 역할이 아닌 사실상 판사가 되냐는 것뿐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야하기에 절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판사의 위치를 AI가 노리고 있다.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대통령을 AI가 대체하지 못할 이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나라 정치 불신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인터넷 댓글에서 간간히 보이던 대통령을 AI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진지한 토론이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