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경제학자들

[방은주기자의 IT세상]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논문을 보고 싶어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28 07:59    수정: 2018/08/28 12:36

묻습니다.이 땅의 경제학자들에게. 지금 온나라가 소득주도 성장을 놓고 난리입니다. 서로 "너가 틀렸다"며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제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대체 어느 쪽이 맞습니까? 정부 말처럼 소득주도 성장이 가계 소득을 높이고 우리 경제를 좋게 하는 겁니까, 아니면 반대주의자들처럼 우리 경제를 황폐케 하는 겁니까. 이걸 말해주는게 당신들 역할 아닙니까.

좀 다른 이야기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놓고 세계가 역시 난리입니다. 한쪽에서는 인터넷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며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하고, 다른 쪽은 "대사기극"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역시 묻습니다. 어느쪽이 맞습니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암호화폐가 '물건'이라고 이야기한 건 다보스포럼입니다. 이 곳에서 2015년 재미있는 조사를 했습니다. 암호화폐가 세계 GDP의 10%가 되는 시기를 명망가들에게 물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시기를 2027년으로 예상했습니다.

즉, 2027년에 암호화폐가 세계 GDP의 10%를 차지한다는 거지요. 이 10%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2027년이 티핑포인트(로켓 상승)의 초입이기 때문입니다. 2027년 이후 암호자산 규모는 로켓이 상승하는 것 처럼 급속도로 커진다는 것이 다보스포럼 예상입니다. 이대로 실현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고, 세계 경제에 대변혁이 오는 겁니다.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당신들은 왜 어떤 입장도 없습니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공개(ICO)는 전통적인 벤처기업의 자금 모금 방법도 바꿔놨습니다. 이전에는 벤처투자가들이 큰 손 이였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ICO에 의한 모금액이 더 큽니다. 이오스(EOS)라는 유명한 블록체인 회사는 지난 5월 ICO로 40억 달러(약 4조 5천억)를 모았습니다. ICO로 유니온(시가 1조 원 이상인 벤처기업)이 된 겁니다.

나라마다 블록체인 열기도 뜨겁습니다. 미국 뉴욕주는 블록체인 센터를 만들었고, 세계 ICO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위스 주크는 블록체인 산업으로 10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프랑스는 경제장관이 나서 블록체인 혁명을 놓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UN과 중국은 빈민구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고, 세계 경제에 입김을 높이려는 일본도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육성에 적극적입니다. 필리핀은 아시아 대표 가상화폐 도시를 꿈꾸며 최근 암호화폐 기업 20여 곳의 영업 허가를 승인해줬니다. 북한도 오는 10월 평양에서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블록체인 국제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산업적 관심도 높습니다. 금융, 제조, 물류, 전자상거래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잇달아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본 거지요.

눈을 국내로 돌려볼까요. 우리는 높으신 나랏님들의 불호령으로 암호자산을 예전의 '빨갱이'처럼 불온시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업은 은행에서 계좌 조차 발급받지 못하고 있고,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블록체인만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양자가 분리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흔히 한국 금융을 일컫어 "살찌지도 죽지도 않는 좀비가 됐다"고 비판합니다. 규제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골목대장 역할만 하고 있다는 거죠. 암호자산은 아예 규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날카로운 규제의 칼날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말없는 놈이 더 무서운 거죠.

경제학자님들, 며칠전 의미있는 단체 하나가 발족했습니다. 블록체인법학회라고, 현직 부장판사가 회장입니다. 정회원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2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제 경제학자쪽에서도 액션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모임을 만들고, 학술대회를 열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치열히 공부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알려주십시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이 과연 '물건'인지 아니면 '사기'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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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난리인데 관련한 논문이나 학술리포트를 우리나라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건, 당신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학회 홈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혁신 부족, 경제 이중구조와 같은 나라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규명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구요. 네, 하루빨리 한국경제학회가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에 대해 올바른 정책방향을 제시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