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 뺏는다고? 아주 먼 일입니다

[기자수첩] 무인자동화 시대 대비해 로봇 적응력 길러야

기자수첩입력 :2018/08/22 08:30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

로봇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항상 보이는 댓글이다.

그러나 막상 로봇업계를 취재해보면 전문가들은 과한 걱정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어떤 일자리에서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아주 먼 일이라는 얘기다.

당장 현재 로봇이 사용되는 사례만 봐도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알 수 있다. 공항에서 사람을 안내하는 로봇부터 공장에서 부품을 찍어내는 로봇들 모두 설치부터 유지보수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산업은 언제나 가장 적게 자원을 투입해 가장 많은 생산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다. 로봇은 그 조건을 실현해주는 도구다. 그리고 현재 산업은 최적의 조건 단계로 ‘유인(有人)자동화’ 단계를 밟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과거에는 로봇을 개발할 기술이 없거나 부족해 인력으로만 일자리를 채웠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쓸 만해진 로봇을 인력과 함께 적정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유인자동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사람이 직접 하기엔 귀찮거나 힘들고 너무 단순 반복이라 인건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산업용 로봇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 심지어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 없이 곳곳에서 함께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인자동화에 적합하다.

유인자동화 단계를 건너뛰고 무인자동화를 시행하다 실패한 사례가 최근에도 발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무인자동화 실패를 인정했다.

머스크 대표는 첫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공장을 완전 무인자동화하겠다며 산업용 로봇 수백 대를 생산라인에 배치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용접이나 도색 등 일부 공정에만 로봇을 투입한 것과 달리 테슬라는 최종 조립, 검수까지 전 과정의 자동화를 시도했다.

결론은 초기 자동화 투입 비용과 로봇 유지관리비가 상당해 인건비 절감 효과가 미비했던 데다 구축한 자동화 시스템이 오류를 자주 일으켜 목표한 모델3 생산 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로봇은 사람의 일자리를 완전히 뺏을 수 없다. 무인자동화까지는 아직도 기술적 한계, 그리고 비용과 효율 문제가 남았다. 물론 언젠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이란 예상은 모두 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귀찮거나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자리부터 로봇이 대체해 들어올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사람과 산업, 국가는 로봇에 따른 실업 충격을 최전선에서 맞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로봇은 산업혁명시대의 증기기관차처럼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포기할 수 없는 도구다. 중요한 것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쉬운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로봇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산업 단계에 이르렀을 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줄일 수 있도록 로봇과의 협업을 교육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영국의 위험분석 자문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의존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래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을 심각하게 받을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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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이들 나라가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협력해 미래 세대가 로봇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실업에 대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유인자동화 길목에서 저 멀리 로봇 자동화 시대가 불 보듯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로봇이 우리 일터에 성큼 들어오는 날이 왔을 때 우리나라가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현명하게 이겨낸 나라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