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자동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

[기자수첩] 조직·인력 획기적 변화 선행돼야

기자수첩입력 :2018/08/05 12:00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점차 하드웨어를 벗어나 소프트웨어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라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른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선 IT인프라 관리 자동화는 필수 요소로 꼽힌다.

여러 IT인프라 솔루션 제공업체가 데이터센터 자동화를 전면에 걸고 나선지 오래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 하드웨어를 주로 제공해온 IT기업의 인프라 헤게모니 주도권은 서서히 마이크로소프트, VM웨어, 레드햇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하드웨어업체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하드웨어 사양으로 경쟁하던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이젠 얼마나 통합적이고, 편리한 관리SW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느냐로 경쟁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관리자동화 기능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보안 등으로 확연히 구분됐던 기업 IT부서의 조직유형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각자 관리자를 따로 두던 것에서 한명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보안 등을 모두 관리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나아가 인프라 운영자는 애플리케이션의 내부까지 이해받길 요구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인프라가 IT운영의 중심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겼고, '데브옵스(DevOps)'라 표현되는 개발과 운영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져 IT자동화 바람은 더욱 거세지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일반 기업 현장과 최신 IT흐름의 분위기는 큰 온도차를 보인다. 데브옵스, 자동화 등의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IT선두주자들이다. 이런 회사는 역량있는 개발자를 다수 보유했고 태생부터 데브옵스로 조직을 꾸려갔기에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

반면, 아웃소싱으로 IT를 십수년간 활용해온 일반 기업이 당장 IT인프라 자동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기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장애물은 사람이다. 일반 기업의 IT부서 인력은 데브옵스, 통합 관리 등의 흐름을 일자리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솔루션은 갈수록 다루기 쉬워지며, 업무 자동화는 고도로 이뤄진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던 책임자가 덜 필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IT부서가 높은 인건비를 유지하며 현재같은 IT조직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 아주 원시적 산수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보안 등을 통합관리로 전환하면 4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한다.

일자리 위협을 느끼는 IT부서 인력은 새로운 솔루션과 조직개편에 강력히 저항한다.

그뿐 아니다. 느슨한 통합관리로 기존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관리부서 간의 힘겨루기가 있다. 서버담당자, 스토리지 담당자, 네트워킹 담당자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전혀 다른 언어로 사고해왔고, 자신의 세계서만 살았다. 갑자기 이들이 원활히 소통하기 힘든게 당연하다. 다른 담당자의 업무를 잘 모르니 소통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떤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지않으려 노력한다. 장애의 책임을 진다는 건 실직으로 이어질 정도의 무게를 갖는다. 이런 공회전은 기업의 IT를 병들게 만든다.

IT솔루션 회사는 난처하다. 20여년간 IT솔루션 기업의 고객은 운영자, 엔지니어였다. 그랬던 IT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코드를 얘기하고, 자동화를 말하며 인력비용 절감을 강조한다. 결과는 사용자층의 이반이다. 제품 써달라고 친한 척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위협을 가하는 메시지를 주니 황당하다. IT기업은 메시지를 바꿨어도 기존 사용자층을 계속 친구로 남겨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자동화는 또한, IT기업의 존재감도 약화시켰다. PC처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제조업체 간 특색은 거의 사라졌다. 화이트박스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로 전보다 뛰어난 인프라를 꾸미는 시대다. 매출과 이익은 줄고 기업규모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IT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은 이제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최신 유행을 따라 눈물을 머금으며 자동화를 외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승승장구했던 과거의 업보를 그리도 아프게 갚는 것인지 모르겠다.

몇몇 기업이 내부저항을 힘겹게 돌파했다. 부서를 통합하면서 인력 규모는 건드리지 않는 기업이 많이 나타났다. 4명 할일을 1명이 한다는 건 사실과 맞지 않는 계산법이었다. 인프라 관리자는 이제 하드웨어 대신 워크로드별로 배치되고 있다. 담당자 사이의 전혀 다른 언어, 사고방식을 완화하는 기술도 많아졌다. 스크립트로 자동화 업무흐름에 참여함으로써 전반적인 통합관리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기업에서 활용하는 IT 시스템의 수가 전례없이 늘어났고, 안정적 운영을 위한 관리자는 계속 필요하다. 일자리 위협은 사실이긴 했다. 많은 IT인력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했다.

관련기사

변화는 IT인에게 있어 지고 가야 할 숙명이다. 기술은 정말 눈부신 속도로 바뀐다.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는 게 IT 역사에서 수차례 드러났다. 최근의 일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더 정교해지면 더 복잡해진다. 확연히 드러나는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오류를 반드시 갖는다. 복잡해지는 만큼 전문성도 더 복잡해진다. 아무리 사용하기 쉬워져도 서버가 죽고, 네트워크가 사라지는 일은 벌어진다. 전원이 빠져서, 디스크가 달아서, 랜선이 끊어져서 벌어지는 장애는 줄었다. 그러나 숨은 코드 오류에 따른 장애는 무궁무진하다. IT인력의 영속할 틈새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