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이상한 네이버 조사

[데스크칼럼] 규제 역차별 해소 여전히 말로만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02 15:47    수정: 2018/08/03 10:33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달 26일 네이버에 들이 닥쳤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동영상 중심의 성장 전략을 발표한 날이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찾은 건 동영상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네이버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선 유튜브에 밀려난 지 꽤 됐다. 그런 네이버가 공정위 눈엔 갑자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신분 상승’한 셈이다.

네이버의 동영상 점유율이 얼마나 처참한지는 각종 조사 기관과 언론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펴 보자.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동영상 전용 앱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유튜브 점유율은 85.6%에 달한다. 반면 공정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란 의심을 품고 현장조사 한 네이버의 네이버TV는 2%에 불과하다. 아프리카TV(3.3%)에도 뒤진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지디넷코리아)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는 올 상반기 국내 동영상 광고 매출의 40.7%를 가져갔다. 네이버가 가져간 몫은 한 자릿수인 8.7%에 불과하다.

네이버TV에 붙는 15초 광고 영상을 짜증내면서 네이버의 동영상 수익을 문제 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그 매출의 90%는 방송사연합인 스마트미디어렙(SMR)이 가져간다. 2016년 기준 네이버 전체 광고 매출에서 동영상 광고 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소수점까지 내려가 0.5% 수준이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사업자란 위상이 초라할 정도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동영상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네이버 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뭘까.

취재결과 이번 공정위의 네이버 현장 조사는 지난해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하 녹소연)이 신고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분당 사옥.

지난해 녹소연은 빈약한 논거로 포털 사업자들이 동영상 광고 수익을 챙기면서 사용자들에게 연간 16만원이나 되는 데이터 비용과 기회비용을 뺏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해 와이파이 환경에서의 동영상 시청 조건과, 1위 사업자인 유튜브는 명단에서 과감히 뺐다. 또 네이버의 모바일 동영상 광고 매출을 커보이려한 의도인지 회사 전체 매출을 언급하며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네이버가 횡포를 휘두르는 것처럼 포장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녹소연의 '수상한' 모바일 동영상 광고비 발표]

공정위의 이번 네이버 현장조사 건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아 녹소연 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시원한 답을 들을 순 없었다. 당시 신고를 주도했던 관계자가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고 배경과 경위 등의 파악이 어려웠다. 현재 녹소연에 근무 중인 관계자는 당시 네이버를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맞지만, 담당 주체가 없는 상태라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조사가 늦게 진행된 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네이버 현장조사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개별 사안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면서 “다만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 조사가 들어가게 돼 있다”는 공정위의 기본 업무 절차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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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4기 출범 1주년을 맞아 국내외 인터넷 기업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스스로 후한 평가를 내놨다. 또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노력만 있을 뿐 여전히 결과는 없다. 지금도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단적으로 동영상 점유율 2% 수준인 네이버가 동영상 시장 지배력 남용 기업으로 찍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게 우리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