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이용자와 숨바꼭질 멈춰야

[데스크칼럼]한심한 결제 취소·환불 안내

기자수첩입력 :2018/07/12 15:38    수정: 2018/07/12 15:49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 앱마켓의 올해 국내 매출 규모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앱 분석업체 앱애니 조사를 보면 한국은 구글 앱마켓에서 소비자 지출금액이 세계 3위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세계 5위다.

그 만큼 국내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많은 앱을 내려받고 결제에도 적극적이다. 국토 크기와 인구수에서는 대국에 비해 한참 뒤지지만, 모바일 앱 세계에서 한국은 대국 못지않다.

마땅히 국내 이용자를 왕 같이 떠 받들어야 함에도 앱 마켓사들은 이용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이 한참 낮아 보인다. 매출과 수익을 가져가기 위한 기술과 디자인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결제 취소나 환불에 있어서는 사용자들과 마치 숨바꼭질을 즐기는 모습이다. 해당 기능을 찾아보기 힘든 곳에 숨겨놨다는 뜻이다.

기자가 직접 아이폰을 이용해 3일 간 무료로 쓰다 이후 자동으로 유료 전환 되는 앱을 내려받아 이용한 뒤 구독 해지를 시도해봤다. 당연히 앱 내에 구독 취소 버튼이 있거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있을 거라 여겼지만 지나친 기대였다. 검색포털에서 방법을 찾아본 뒤 아이폰 설정에 들어가 한참을 뒤진 끝에 겨우 구독취소 버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앱 리뷰와 커뮤니티 사이트, 뉴스 댓글 등에는 비슷한 경험과 불만을 가진 게시물이 넘쳤다.[☞관련 기사 보기: 내겐 너무 억울한 앱 결제...어떻게 해결하지?]

앱스토어 유료 구독 취소 방법. 설정-iTunes 및 App Store-본인 애플 ID 글씨-Apple ID 보기-보안인증-구독-구독취소.

결제와 구독은 앱에서 되지만, 결제 취소와 환불은 별도의 페이지나 설정 내 어딘가에 처박힌 곳에서만 가능한 이유는 뭘까. 결제 버튼과 취소 또는 환불 버튼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적어도 취소와 환불 절차를 앱 내에 안내하는 건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많은 회사들이 사용자 친화적인 앱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 개선에 전문가를 영입하고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사용자 피해 구제에는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자 주머니만 탐하고, 웬만해선 제 금고는 열지 않겠다는 뜻인가.

앱 마켓 사업자들은 다양한 환불정책을 안내하고 있다며 문제를 빠져나간다. 갖은 핑계로 소비자 불편과 불만을 애써 외면한다. 결제 취소와 환불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기술적, 상황적 장애 요인들을 열거하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이대기 일쑤다. ‘O일 후 자동 유료전환’과 같은 결제 기능은 기막힐 정도로 편리한데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앱마켓 결제 관련 민원은 85만3천164건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무려 43% 급증한 결과다.

이 같이 문제가 커지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결제 및 구독 취소 피해 사례와 이용자 불만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글로벌 사업자란 이유로, 규제가 힘든 부가통신사업자란 이유로 수수방관한 실책이 있다.

내년이면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들여온 지 10년째 되는 해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보급된 지 10년이 다 돼 간다는 뜻인데, 그 동안 피해와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을 사실상 나몰라 한 것 아닌가.

무료체험한 뒤 구독해지를 하려면 OS 설정 메뉴를 한참 뒤져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15일부터 한 달간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유료 결제 피해 사례와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를 집중 점검했다. 점검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깜깜 무소식이다.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앞선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문제의식도 크게 갖고 있었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더 커질 거란 진단도 정확히 했다. 하지만 대응 방안이나 해결책은 뚜렷이 제시하지 못했다. 방통위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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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당수의 외산 앱들은 서비스 이용약관을 영어로 그대로 둔 채 서비스 중이다. 어떤 불공정 약관이 숨어있는지 이용자들이 찾기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운로드 유도와 결제에는 친절한 국문 서비스를 제공하되, 분쟁과 갈등에는 국내법이 아닌 글로벌 기준에 따르겠다는 뚜렷한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이용자를 ‘호갱’으로 보고 돈 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앱 마켓 사업자, 이 같은 문제를 알고도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정부 규제 당국 덕분에 오늘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어딘가에 있을’ 결제(구독) 취소 기능을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