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대통령이 가장 잘 안다는 스마트시티

데스크 칼럼입력 :2018/07/04 11:12

#장면1. 사이드워크랩스(Sidewalk Labs)라는 회사가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세운 스마트시티 자회사다. 2015년 6월 설립됐다. 현재 이 회사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부둣가를 크게 바꿔가고 있다. 그 도구는 정보통신(ICT) 기술이다. 아날로그 냄새 물씬한 이 곳은 몇년 후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로봇이 배송하며 모든 데이터가 자유롭게 오가는 스마트시티로 변모한다.

#장면2. 중국 항저우는 거대한 인공호수 시후(西湖)로 유명하다. 최근 스마트시티가 추가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현금과 신용카드 없이 웬만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대륙의 스마트시티'라 부른다. 특히 항저우에 본사가 있는 알리바바가 '시티 브레인(City Brain)'이라는 인공지능(AI) 활용 첨단 교통시스템을 구축, 주목을 받고 있다.

#장면3.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곳에 슝안신구(Xiongan Xingu)라는 한적한 시골마을이 있다. 최근 이곳이 첨단 스마트도시로 새롭게 단장하며 중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 5세대 통신(5G)과 자율주행 테스트, 도심순환 무인버스, 스마트 교통 체계, 안면인식 기술, 블록체인 결제 같은 첨단 IT기술이 총 동원된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즈음해 핵심 구역 건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 개도국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중국이 무섭다. 2020년까지 10조 원을 투입해 스마트시티 500개를 조성한다. 미국, 일본도 민관이 스마트시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 일년 예산보다 많은 540조 원을 투입해 ‘네옴(NEOM)’이라는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빠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초부터 스마트시티를 강조했다. 정부의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중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올 1월에는 "2022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며 세종과 부산시 일부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했다. 이를 디자인할 총괄책임자(MP)도 지난 4월 뽑았다.

정부 지원 예산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9일 열린 제2차 국가과학기술자문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스마트시티에 약 44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에 373억 원이 들어간다. 올해(77억 원)보다 무려 5배나 늘었다.

민간도 스마트시티 열기가 뜨겁다. 관련 세미나나 컨퍼런스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관련법도 지난해 만들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세계 최초로 법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이전의 '유시티 데미지'가 있어 그런지, 세계 최고 운운하는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이 불안하기만 하다.

얼마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에서 스마트시티를 가장 잘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나. 바로 대통령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여권의 스마트시티 핵심 브레인이다. 친문 이기도하니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이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겠지만, 뭔가 씁쓸하다. 대통령보다 참모들이 더 잘 알아야하는 게 상식 아닌가.

스마트시티는 꽤 먹음직스런 음식이다. 누가 봐도 맛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체하지 않으려면 천천히 꼭꼭 씹어야 한다. 함부로 손을 댔다간 큰 코 다친다. 청와대와 부처에 디테일한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거버넌스 문제도 걸린다. 국토부와 과기정통부, 여기에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회도 끼여 있다. 성과내기식 행정과 부처 칸막이도 여전하다는 후문이다.

스마트시티는 개념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그러다보니 저마다 전문가라며 백가쟁명식 '해법'을 내놓는다. 이들 사이비 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아키텍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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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는 2022년 조성이 완료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이때 우리는 세계최고 스마트시티를 갖게 된다. 이때쯤 구글 사이드워크랩스가 조성하는 토론토와 중국 슝안신구도 완성된다. 누가 세계최고 스마트시티 타이틀을 가질까. 관건은 사람이다. 기술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곳을 만든 곳이 축배를 들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말 그대로 스마트한 도시다.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 기술만 스마트하면 의미가 없다. 사람이, 제도가, 행정이 함께 스마트해야한다. '지난날 유시티'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