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의료데이터 가명정보 이용을 허하라

[기자수첩] 4차산업혁명위 입법권고안 잘 되길

기자수첩입력 :2018/06/27 13:02    수정: 2018/06/27 13:03

“한국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혁신적인 헬스케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몇 년간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다 끝내 접기로 결정한 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바로 개인의 진료와 질환, 유전체 정보 등을 포함한 의료 데이터 문제다. 기업들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싶어도 참고할 만한 개인정보 활용 법안이 없다보니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무릅쓰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자칫 고소고발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바로 개인의 진료와 질환, 유전체 정보 등을 포함한 의료 데이터 문제다.(사진=픽사베이)

기업들이 공공기관과 의료기관에 몰려있는 의료 데이터를 헬스케어 서비스 목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점도 장벽이다. 정부부처에서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진행하는 의료 데이터 관련 사업들도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국내 대형 병원 등을 주축으로 수행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라도 사업화 기회를 얻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을 하고 싶다면 해외에서 먼저 허가를 받고 성공 사례를 쌓은 후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는 뼈있는 농담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2016년 제정돼 지난달부터 시행된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재가공한 가명정보는 상업적·공익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익명 가공정보는 정보 주체의 사전·사후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의료 데이터 허용이 아니다.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서비스와 기업은 애당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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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최근에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연구는 물론 상업적 목적으로도 가명정보(의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권고안을 채택해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다. 헬스케어 업계에선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라는 점에서 두고 봐야한다면서도 입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올 변화나 대비를 논의하는 자리마다 헬스케어 산업은 빠지지 않는다. 자리에 참석하는 국회의원, 정부부처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면서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어서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