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R, 탁상공론 아닌 기술해법 찾자

[송명빈 칼럼] 데이터 찌꺼기 피해자 더 없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18/05/25 15:51    수정: 2018/05/25 16:01

송명빈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지난 2014년 5월 유럽 사법재판소에서 ‘잊혀질 권리’ 판결이 났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에선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잊혀질 권리 연구반’이란 것이 출범해 1년 반이나 운영됐다. 그 결과물로 2016년 6월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그러나 세간의 평가는 싸늘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효용성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고,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자사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처사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제 유럽에서 또 다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전세계를 덮치려 하고 있다. 이른바 GDPR, 즉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다. 위반 시 과징금이 무려 우리 돈으로 최소 266억원이니, 가히 살인적이다.

참고로 유럽연합은 GDPR 심각한 위반 건인 경우 2천만 유로(약 266억원) 또는 전세계 연 매출의 4% 중 더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일반 위반 건은 1천만 유로, 혹은 연매출 2% 중 높은 쪽을 적용한다.

성균관대학교 송명빈 겸임교수.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는 국내 게임 사업자나 포털사, 그리고, SNS 사업들에게는 눈앞에 닥친 위기다.

사실 유럽 GDPR은 예견된 것이었다. 2014년 잊혀질 권리가 시작됐을 때, GDPR로의 확산은 정해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서비스 사업자들이 무료 혹은 저가에 취득하던 개인들의 디지털 족적, 회원정보, 사용행태 등을 이제는 더 이상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없게 됐다. 또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강화됐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이 발생할 때마다 정책의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았다.

법이나 정책을 다루는 전문가, 학자들을 초빙해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정작, 기술적 현실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데도 인색했다.

과거 잊혀질 권리 연구반이나, 현재 방통위가 운영하는 상생협의체의 경우에도 기술 전문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인터넷 피해구제센터를 운영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피해자 발생 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의위원이 소집되는 시간이 배보다 배꼽이다. 피해는 이미 확산된 이후다.

강원도의 경우는 작은 지자체임에도 잊혀질 권리를 조례로 제정한 후, 구체적인 기술 대안들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개선안을 제시해 왔다. 기술적 해법을 찾는 것이 정책 마련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디지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등은 25일 GDPR과 잊혀질 권리의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이것이 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술적 해법을 찾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고 현실에서 조금씩 적용해 보며 실천해 나아가는 것이 세계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길이란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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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으로 모두들 몰려 갈 때, 4차 산업으로 발생될 거대한 그림자를 먼저 보자는 취지다. 데이터의 찌꺼기로 고통 받는 피해자가 더 이상은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처 오늘부터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이 실시된다. 정부와 산업체와 소비자들이 지혜를 모아 기술적 현실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때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