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SW프로세스' 없이 SW강국없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8/05/18 11:09    수정: 2018/05/18 15:41

안유환 네오피엠 대표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SW로 달린다’는 말이 있다. 실제 자동차 혁신의 80%가 소프트웨어로 가능해졌다. 보험, 소매유통 및 물류 등의 서비스 산업도 디지털화한 제품 및 채널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제조 산업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요소가 됐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산업에 더 빠르게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많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임에도 불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아주 낮은 상황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글로벌 16위 수준이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2% 이내이다.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없다.수출은 커녕 국내시장도 외국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왜 이럴까?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의 저가 구조, 하청 구조 중심, 고급인력 부족 등 국내의 열악한 생태계 환경 을 탓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정책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기초체력(SW Engineering)을 간과하고, 트렌드에 편승한 제도만을 강조하면서 이런 상황이 악화되어 왔다.

조직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 기술 및 엔지니어링 프로세스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그 주요 결정요소는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역량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란 소프트웨어 및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동, 방법, 도구, 인력 및 실무 절차 등의 집합으로 구성된 일련의 작업들을 말한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한 개인의 창작으로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체계적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정, 설계 방법, 효율적 프로그램 방법 등 소프트웨어공학 기술들을 기반 기술과 훈련된 많은 인력들을 연계, 수많은 단계별 작업들을 이행 및 관리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이고, 이를 잘 연마하고 내재화해여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역량이다.

맥킨지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전세계 1300여 업체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조사한 결과, 상위 25%와 하위 25%는 생산성에서 3배, 잔존 결함으로 대표되는 품질에서는 6배, 적기 출시에서는 5배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맥킨지 보고서에서 말하는 역량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4가지 요인이 바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말한다. 개발 및 지원, 프로젝트 관리, 조직적 관리, 지속적 개선 등의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영역의 역량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안유환 네오피엠 대표.

혹자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성패는 아이디어와 이를 개발하는 인력의 역량 및 영역별 기반기술에 주로 기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 제품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속도고 지속적으로 좋은 제품을 남들보다 빠르게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더구나 소프트웨어의 대형화, 복잡화, 융복합화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수많은 작업단계와 부분으로 구성, 품질관리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크기는 향후 10년 내에 100배 이상 증가하고 복잡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맥킨지에 의하면 자동차 결함의 50% 이상이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고, 소프트웨어 결함 수리 비용은 하드웨어 비용의 5배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고민으로 SW개발체계 혹은 SW역량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해졌고, CMMi와 SPICE등 국제표준이 존재하며, 국내 상황을 고려한 SP인증제도도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SW프로세스 품질인증(SW엔지니어링 프로세스)인 것이다.

과거 공산품 수출에서 '저품질 제품'이란 낙인을 톡톡히 겪었던 중국은 IT분야에서만큼은 이러한 오명을 벗기위해 지난 20여년간 부단한 노력과 투자를 해오고 있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사업자 등록시 반드시 검토되는 요건 중 하나가 바로 '품질체계 및 방법론 확보 여부'다.

또 중국이 전세계 CMMi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왔기 떄문이며, 최근에는 자체 인증표준의 활성화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연 중국보다 'SW엔지니어링 역량'이 높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제품 출시에만 급급해 제대로 만들지 않고 빨리빨리 개발하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초가집을 짓는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로 빌딩을 세울 수는 없다.

이미 대규모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에는 요구사항을 철저히 확인하고 구조를 설계 및 검증하고, 공정을 준수해 개발하고 검증하는 성숙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이행이 없이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없다.

비현실적인 일정, 대충의 설계 후 코딩, 품질 검토와 검사(inspection) 부재로 인한 테스트 기간 장기화, 재작업 비용 증대, 유지보수 비용 증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일부 중소기업 중심으로 SP인증도 여러 제품인증과 같은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개선할 여력이 없다고 불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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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사이, 선진국 뿐 만아니라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SW 중요성을 외치며 우리를 앞서가려 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핵심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개선해 생산성과 품질역량을 확보하는 것만이 '자동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나만의 축적가능한 차별적 역량'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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