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좋아요' 버튼이 세상을 망칠까

[조중혁 칼럼] 슬랙티비즘에 대한 상반된 시선

전문가 칼럼입력 :2018/05/17 16:07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조중혁 IT칼럼니스트

2001년 미국의 뉴욕주에서 발간되는 일간지인 뉴스데이(Newsday)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1995년 미국의 대학생 두명이 미국 공영방송인 PBS 예산을 삭감하려는 정부 조치에 대해서 항의하기 위해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이 쓴 이메일의 끝에는 ‘이 일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해 주세요’라는 글이 써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계속 서명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메일을 전달하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라는 기사를 썼다.

그러면서, 제목에 슬랙티비즘(Slacktivism) 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슬랙티비즘은 상당히 오래 된 단어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다가 페이스북 등 SNS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처럼 요즘 주목받고 있다.

■ 자스민 혁명이 '좋아요'에 대한 인식 바꿔

우리는 ‘좋아요’와 ‘공유’를 할 때 작지만 세상을 바꾸는데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클릭을 한다.세상이 언제 변하는지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세 단계가 필요하다.

첫 번째, 한 사람의 선구자적인 생각이 있어야 한다.

둘째, 선구자적인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셋째, 선구자적인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세 단계가 지나면 세상은 바뀌게 된다. 대부분의 혁명이 이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전 일반인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장터에 나가 동네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정도가 고작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선거를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선거는 고작 몇 년에 한번씩 돌아 왔다. 이것 역시도 직접적 의견이 아니라 대표자를 뽑는 것으로 간접적인 대중들의 의견 확인이 가능했을 뿐이다.

기존 선거 제도는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쉽게 출마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닐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을 확인 할 수 있는 도구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쉽게 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누구든지 선구자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쉽게 전파 가능하며 이 생각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에 혁명적인 변화를 빨리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했다.

실제 페이스북, 트위터의 ‘좋아요’와 ‘공유’가 혁명으로 이어진 경우가 중동에서 일어 났다. '2010년 자스민 혁명'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요구는SNS와 휴대폰이 큰 역할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시위를 축제로 즐겼다. 자신들이 집회에 참석한 사진과 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 전 세계에 알렸으며 친구에게 참석을 독려했다.

자스민 혁명의 성공으로 ‘좋아요’와 ‘공유’는 세상을 바꾸는데 바람직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확신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도 인터넷에서 ‘좋아요’를 클릭한 많은 사람 때문에 가능했다.

■ 슬랙티비즘은 게으름뱅이와 활동주의의 합성어

하지만, ‘좋아요’와 ‘공유’가 정말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를 하는 것인지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이런 행위가 세상을 바꾸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도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좋아요’와 ‘공유’하는 행위를‘슬랙티비즘’이라고 말한다.

슬랙티비즘(Slacktivism)은 '게으름뱅이(Slacker)와 활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이다. 부정적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진정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단지 참여를 한다는 만족감을 스스로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 한다고 자랑만 하고 끝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고 헌신하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고 비판한다. 더 큰 문제로 지적하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참여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오프라인의 참여는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 한다는 것이다.

슬랙티비즘이라는 단어가 퍼지게 되었고, 생각해 볼 현상으로 주목 받게 된 계기는 크게2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첫번째는 유니세프(UNICEF) 스웨덴 광고 때문이었다. 유리창이 모두 깨진 허름한 집에서 자신은 동생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10살 소년이라고 이야기하며 광고는 시작된다. 자신이 어머니처럼 병이 걸릴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그때 누가 동생을 돌봐 줄 수 있을지 걱정 된다고 아이는 이야기 한다. 하지만, 소년은 모든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유니세프 스웨덴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177,000에 이르고, 여름이 지나면 200,000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CF는 마지막에 강하게 자막으로 이야기 한다.

“’좋아요'는 생명을 살리지 못합니다. 기부금만이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유니세프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통해 홍보해 주는 수 많은 사람들의 선의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광고로 논쟁을 만들었지만, 슬랙티비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슬랙티비즘’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또 다른 사건은 우간다에서 민간인 수 천명을 학살한 반군 리더 ‘코니’의 만행을 고발한 동영상 때문이었다. 이 영상물은 일주일만에1억건의 조회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동영상이다.

소년들을 전쟁으로 내몰고, 소녀들을 강간하는 그를 죽여야 한다는 여론으로 온라인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를 규탄하기 위한 오프라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한, 동영상이 등장 할 시점에 이미 코니는 해외로 망명한 상태였고, 반군은 몰락한 상태로 고작 수 백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확한 내용도 모르고 뜨겁게 달아 오르는 온라인 여론의 가벼움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슬랙비티즘 효과에 대해서 특정 케이스를 연구한 적은 있어도, ‘좋아요’와 ‘공유’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체계적인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르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네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코트니 라드슨(Courtney C. Radsch)는 중동 문제에 대한 디지털 행동주의와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비록 낮은 레벨의 참여라고 해도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먼저 내다가 아랍의 봄이 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슬랙티비즘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시태그들이 모여 메인 페이지 등에 노출 되어 이슈를 만들 수 있고 다시 주류 미디어로 알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불꽃이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운동가이자 '저항의 종말'(The end of protest) 저자인 미카 화이트(Micah White) 박사는 슬랙티비즘은 가장 쉽게 시민운동에 참여 할 수 있는 길이지만,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효과가 적은 일에 가볍게 참여를 하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 할 수 있고, 이는 행동하는 시민운동에게 많은 부분 희망을 잃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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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의 책을 써서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인정 받고 있는 말콤 글레드웰(Malcolm Gladwell)도 혁명은 트위터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2010년 뉴욕커 칼럼에서 주장했습니다.

‘좋아요’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지, 정작 중요한 오프라인의 활동을 위축 시키는지 아직은 단연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가끔은 키보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