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거짓뉴스'에 더 끌리는 걸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진기한 것 더 선호"

데스크 칼럼입력 :2018/03/09 14:40    수정: 2018/03/09 14: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때는 7세기 신라 수도 서라벌. 진평왕의 세째 딸인 선화공주가 밤마다 '맛동'을 만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노래가 순식간에 퍼진 것이다.

그러자 분노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내쫓아버린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요' 설화다. 물론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허위 정보에 쉽게 쏠리는 인간 심리를 잘 드러낸 흥미로운 설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은 정말로 가짜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이는 걸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은 450만 건에 이르는 뉴스 분석을 토대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린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진실된 뉴스와 허위 뉴스의 온라인 유포(The spread of true and false news online)’란 논문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 논문 바로 가기)

(사진=사이언스)

■ "허위주장이 70% 이상 더 많이 공유"

연구결과 허위뉴스가 진실된 뉴스보다 더 빨리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밑바탕엔 ‘진기한 것’에 끌리는 인간의 성향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허위뉴스가 확산되는 데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봇을 활용한 허위정보 대량 유포’란 기존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이 논문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가짜뉴스 현상’을 심층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외신들은 이번 논문이 연구 규모나 방법론 측면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위해 2006년에서 2017년 사이 트위터에서 유포된 뉴스 12만6천 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트위터에서 리트윗된 뉴스였다. 연구팀은 300만명이 리트윗한 뉴스 450만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사진=사이언스)

하지만 이 논문 저자들은 2016년 이후 일반화된 ‘가짜뉴스’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가짜뉴스는 현재의 정치 및 미디어 지형도에서 지나치게 편향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학술 용어’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저자들은 뉴스를 ‘참(true)’과 ‘거짓(false)’으로 분류했다. 진실된 뉴스와 허위뉴스 구분을 위해선 폴리티팩트, 팩스체크 등을 비롯한 6개 팩트체크 전문기관들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허위 주장들은 진실된 주장보다 트위터에서 70% 가량 더 많이 공유됐다.

진실된 뉴스는 1천 명 이상 리트윗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거짓 정보들은 1천 명 이상 1만 명까지 공유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1천500명에게 도달되는 시간을 비교한 결과도 흥미롭다. 진실된 뉴스는 허위뉴스보다 6배나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 '허위뉴스는 공포, 놀라움…진실된 뉴스는 기대, 즐거움' 유발

이 논문을 소개한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흥미로운 사례가 나온다.

패션 체인점 자라는 2014년 가로 줄무늬와 별이 그려져 있는 어린이용 잠옷을 내놨다. 당시 자라는 카우보이 복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위터에선 그 어린이 잠옷이 나치 집단 캠프 유니폼을 닮았다는 주장을 담은 글이 빠르게 유포됐다. 이 포스트는 7.3 시간 만에 200회 리트윗됐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진실된 뉴스보다 허위뉴스에 더 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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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이언스)

저자들은 허위뉴스들이 ‘진기한(novel)’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팀은 통계물리기법으로 댓글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허위뉴스는 공포, 역겨움, 놀라움 같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진실된 뉴스는 기대, 즐거움, 슬픔, 신뢰 같은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