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엔지니어, 스타트업의 숨은 과학자

[라이언 킴의 스타트업 해킹]

전문가 칼럼입력 :2018/01/16 14:19

라이언 킴 IT 칼럼니스트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공동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을 ‘고속 성장’이라고 정의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모두 10년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인스타그램은 불과 7년 만에 사용자 수가 800배 증가했다.

이처럼 스타트업에서 고속 성장은 가장 중요한 개념일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그 자체이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그로스 엔지니어(Growth Engineer)’가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성장 그래프 2010년 - 2017년 (사진 출처: 스태티슽타)

그로스 엔지니어는 스타트업 내의 그로스 팀(Growth Team)에 소속돼 있으며 데이터 과학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과 함께 일을 한다. 팀 내에서 그로스 엔지니어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제품의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만들고 더 많은 사용자가 제품을 지속해서 사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마케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마케터의 주요 업무는 고객을 세분화하여 타겟층을 결정하고 그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즉, 마케터는 제품을 접해보지 못한 타겟층에게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고 제품을 사용하게끔 다양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그로스 엔지니어는 전체적인 유저 퍼널(User Funnel)을 담당하게 된다. 유저 퍼널이란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할 때 프로그램 시작, 회원가입, 로그인, 제품 이용, 구매 등 거치는 여러 단계를 통합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로스 엔지니어가 유저 퍼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제품을 지속해서 사용할지 말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절차가 너무 복잡하면 계정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제품 사용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사용자가 제품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프로그램을 삭제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그로스 엔지니어는 마케터들이 찾아내고 끌어온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지속해서 사용하도록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형성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는다.

그로스 엔지니어는 스타트업이 왜 성장을 했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항상 과학적이고 시스템화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총 5가지의 단계인 문제 인식, 가설 설정, 실험 설계 및 수행, 자료 해석, 결론 도출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

예를 들어 가상의 스타트업 Hustle이 많은 사용자가 회원가입 페이지에서 앱 사용을 중지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Hustle의 그로스 엔지니어는 다음과 같이 문제에 접근한다.

1)문제 인식 단계:

Hustle의 그로스 엔지니어는 앱의 회원가입 과정에서 많은 사용자가 앱의 사용을 중지하는 것을 발견한다.

2)가설 설정 단계:

이 문제는 복잡한 회원가입 절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앱에 가입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3) 실험 설계 수행 단계:

위의 이미지처럼 페이스북 회원가입을 추가한 화면과 그렇지 않은 두 개의 앱 시안을 준비한다.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두 개의 시안을 앱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노출하고 회원가입 성공률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한다.

4) 자료 해석 단계:

페이스북 회원가입 기능을 추가하면 사용자의 회원가입 성공률이 추가하지 않은 시안에 비교해 50% 이상 증가한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5) 결론 도출 단계:

페이스북 회원가입을 추가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회원가입을 한다는 것이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었고 그로스 엔지니어는 이 기능을 앱의 정식 기능으로 추가한다.

상대적으로 마케터 혹은 개발자들이 본인의 분야에만 깊은 지식이 있는 것에 비해 그로스 엔지니어는 다양한 분야에 깊은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상한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가장 좋은 데이터를 가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 자질이 필요하다.

첫째, 정확한 목표 설정 능력. 회사의 고속 성장과 직접 연관된 가장 중요한 수치(예를 들어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파악하고 이 수치를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데이터를 추출 및 분석할 수 있는 능력. 그로스 엔지니어는 SQL 언어를 이용해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들의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인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을 잘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웹 혹은 모바일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위의 가상 실험과 같이 앱의 화면에 페이스북 회원가입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을 개발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그로스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서 엔지니어링 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다양한 해결책을 실험해보며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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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 그로스 엔지니어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을 다음 실험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불과 1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그로스 엔지니어라는 포지션은 지금 성공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을 담당하는 중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본인의 스타트업을 성장시킬 준비가 되었다면 능력 있는 그로스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것이 그 첫 시작일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