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플랫폼, 과감하게 뛰어내려야 산다

[박재현 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전문가 칼럼입력 :2017/11/17 13:48

박재현 IT칼럼니스트
박재현 IT칼럼니스트

1988년 7월 6일 영국 스코틀랜드 근해 북해의 원유 시추 플랫폼인 파이퍼 알파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시추 플랫폼 위는 거센 불길이고 갑판에서 50미터 아래에는 영하의 찬 바닷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결국, 플랫폼 위에 있던 229명 중 168명이 사망하고 62명만이 구조됐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앤디모칸' 이라는 사람이 가장 먼저 북해의 바다에 뛰어들어 생존했고 결국 플랫폼 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숨졌다. 구조된 사람들은 모두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결국,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길을 피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은 불확실하지만 당장 결단을 내려 바다에 뛰어드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셈이다.

■ 버닝 플랫폼

위기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 보다는 새로운 변화 및 도전을 하는 접근 방법을 '버닝 플랫폼'이라 한다. 살다 보면 수많은 버닝 플랫폼 상황을 맞이 한다. 사업의 경우도,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사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 경계를 넘나들며 예상치 못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끊임없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하드웨어 회사가 포기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한다.

구글은 2016년 4월 전 모토로라 사장인 닉 오스텔로를 영입하고 픽셀폰, 데이드림 VR기기 , 구글 홈, 구글 캐스트 등 구글 하드웨어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고 HTC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역시 끊임없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버닝 플랫폼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안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내재화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경험을 재창조하고,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버버리는 회사에서 보유한 모든 고객 소통 채널과 미디어들에 단일 고객 관점을 확보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고객 서비스 부분에 집중 투자를 했고, 매장 및 판매 직원을 훈련시켰다. 또한 고객 프로파일을 구축 후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현재의 사업을 재해석 후 새롭게 재창조하거나 가치 전달 모델을 재구성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할 수도 있다.

과거 GE는 항공 분야 엔진 개발 및 헬스, 석유와 가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장비를 주로 생산했다. 그러나 현재 GE는 상호 연결돼 반응하며,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계와 솔루션으로 인프라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세계적인 ‘디지털 산업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GE는 항공, 의료 보건, 에너지, 수송 분야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의료 장비와 항공기 엔진 등 온갖 사물에 부착되는 센서, 즉 산업용 사물 인터넷을 통해 생산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프리딕스 클라우드를 개발해 제조회사에서 산업용IoT 분석 플랫폼 업체로 변신을 거듭했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적 자산-장애물 파악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전략적 자산과 장애물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전략적 자산은 경쟁사 등이 모방할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차별적 자산을 말한다. 전략적 자산에는 내재화된 기술이나 브랜드와 평판, 고객 충성도, 유통망 등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장애물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들을 말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의 보수적인 문화나 부족한 기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전략적 자산과 장애물이 파악되면 갖은 것과 채워야 할 것을 알게 되는 셈이다.

전략적 자산과 장애물에 대해 파악됐다면 다음으로는 고객 경험과 가치를 발굴하고 확인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의 불편함을 찾아 이를 편리하게 만들 방법을 찾고, 고객이 형식적으로 느끼는 혜택을 실질적인 이득으로 전환할 방법을 찾는다. 또한 음성적인 고객의 행위를 양성화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령, 경기가 침체 되면서 고객들은 형식적인 멤버십 할인 혜택 보다는 실질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더욱 원하고 있다. 페이코 결제 서비스는 페이코 포인트를 구매해 결제를 할 경우 추가적으로 3% 할인을 월 최대 30만원까지 즉시 해준다. 많은 고객들이 신용 카드 결제에 앞서 페이코 포인트를 구매해 결제를 하고 즉시 추가 현금 할인 혜택을 받는다. 형식적인 고객 혜택을 실질적인 혜택으로 전환하여 큰 효과를 본 경우라 할 수 있다. 새롭게 발굴된 고객 경험과 가치는 반드시 데이터로 확인을 해야 한다. 고객이 실제 예상한 것처럼 행동하고 기대한 효과를 얻는지 확인하고 만약 잘못되었다면 즉시 개선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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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과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고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기존 B2C 사업 모델을 B2B2C로 전환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장과 모델을 찾는 작업을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그 동안 볼보는 생산된 자동차를 딜러에게 공급하는 B2B 사업을 하였다. 그러나 볼보는 B2B2C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여 딜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모바일과 SNS 및 소셜 미디어, 데이타 분석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B2B2C 사업을 추진했고 많은 사업 성과를 창출하였다. 볼보 경우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넷플릭스 등 디지탈 기술을 적극 사용하여 새로운 시장과 모델을 찾고 개척한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내재화된 디지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많은 회사들이 기술을 패션처럼 생각하고 최신 기술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과시를 하는 것을 종종 접한다. TV광고를 보면 온통 인공지능이나 태양전지 같은 신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회사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들 회사들이 감동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거의 출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아마 내년에는 또 유행하는 새로운 기술을 주제로 한 광고를 할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역량을 패션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철저히 내재화된 디지털 역량이 있어야 만 트랜스포메이션을 할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IT컬럼니스트

포항공대에서 DBMS와 Mining 등을 전공 후 현대전자 S/W연구소에서 DBMS,OLTP 엔진 등을 개발했으며 Core Java , Core CORBA 등 다수의 책을 집필,번역하였다. 에이전텍과 와이즈프리를 창업해 에이전트와 검색엔진, 텍스트 마이닝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 씽크프리에서 웹 오피스와 삼성전자에서 챗온 메세징 서비스와 삼성페이 서비스를 비롯하여 빅데이타 플랫폼 등 다스의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 인공지능 ,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