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코딩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기자수첩입력 :2017/11/03 12:57

애플 주가가 파죽지세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일 애플 주가는 173.5달러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9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 누구도 기록해보지 못한 '시총 1조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애플 시총은 지금도 멕시코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하고, 세계 20위권 국가 GDP와 맞먹는다.

애플의 대표 상품은 아이폰이다. 하지만 애플이 독보적 실적을 기록하는 건 소프트웨어(SW)가 강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SW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 유명 IT인이 "SW가 세상을 삼킨다"는 칼럼을 쓴게 6년전(2011년)이다. 미래학자가 아님에도 그의 통찰은 적중했다. 125년 역사의 세계적 제조업체 GE가 오래전에 "우리는 SW회사"라고 선언했다. 커피 회사 스타벅스도 "우리는 IT회사"라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주요 임원을 IT전문가로 앉혔다.

올해들어 세계 1~5위 시총 기업은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SW가 강한 IT기업이 휩쓸었다. 미국 CNBC는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이들 5대 IT기업의 주가 상승액이 200조 원(1810억 달러)이 넘었다고 보도, 세계 주식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SW는 업종을 불문하고 새로운 변신을 요구한다. 윤종규 KB 금융금융 회장은 지난 1일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은행은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과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예전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최근 재미있는 신문 광고를 봤다. 제목이 '자기야 정말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거 맞아?' 였다. 남편이 자동차 연구원인데 쇼핑몰, 공연장, 학교, 야구장 등 자동차와 전혀 관련없는 곳으로 출근을 하니 아내가 의아해하며 물은 거였다. SW로 무장한 자동차가 서비스화하면서 생기는 변화상을 유머스럽게 풍자한, 자동차의 미래를 고스란히 담은 광고였다.

요즘 우리나라를 들썩이는 4차산업혁명도 'SW혁명'이나 다름없다. 대표적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은 SW가 그 경쟁력을 좌우한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같은 요소 기술은 전부 SW다. 우리는 아직 SW에 관한한 우물안 개구리다. 범용 SW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제품과 기업이 없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5월 발표한 2000대 기업중 우리나라 SW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한때 SW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공무원들이 사석에서 '소세지'와 '대중소'를 구호로 외친 적이 있다. '소세지'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고, '대중소'는 대한민국 중심은 소프트웨어라는 뜻이다. 의미심장하지만 우리나라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공시장 등에서 SW와 SW인들이 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SW는 제조업과 다르다. 제조업은 뒤쳐져도 '으싸 으싸'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SW는 이게 안된다. 한번 쳐지면 영원히 뒤따라가야 한다. 용어야 어떻든,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물결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하루빨리 SW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그러자면 과기정통부만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안된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 같은 힘있는 기관이 호응을 해줘야 한다. 이들 기관이 SW가 대접받는 문화를 조성하는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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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자정부 50주년 기념식이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자정부는 우리나라가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부시스템이다. 당시 행사장에서 전자정부 50년을 이끈 유공자 중 한명이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성공한 비결을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W강국도 마찬가지다.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코딩을 배워보라고 제안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60대 아재'도 충분히 코딩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노파심도 있다. 자칫 '대통령의 코딩'이 코딩 사교육을 심화하고, 쇼로만 끝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담글 이유는 없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SW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다. '대통령의 코딩'은 SW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우리 사회에 알려줄 것이다.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국회와 기재부, 감사원도 각 기관장과 직원들이 참여하는 코딩 대회를 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