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5개 ICT 기관을 합치라고?

기자수첩입력 :2017/10/18 14:01    수정: 2017/10/18 14:02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있다. 갑을 구분한다면 누가 갑일까. 당연히 전문가가 갑이다. 훈수도 갑이 둬야 맞다. 그런데 세상은 꼭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국정감사가 그렇다. 의원과 피감기관간 기관 업무 성과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국감. 의원과 피감기관 중 중 누가 전문가일까.

연중 한번 기관 업무를 들여다보는 의원이 전문가일 수 없다. 피감 기관은 해당 업무를 연중 매일 한다. 그게 업이고 밥이니 전문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고로, 업무 전문성을 놓고 보면 의원은 피감기관에 상대가 안된다. 국감에서는 비전문가 의원이 전문가 피감기관을 상대로 소리치고 훈수하는 일이 잦다. 물론 개중에는 국민을 시원하게하는 소리도 많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상대로 하다보니 무리수가 종종 발생한다.

17일 국회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그랬다. 이날 피감기관은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5개 공공기관이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을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한국데이터진흥원(Kdata)의 주요 보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후 질문에서 이상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이들 5개 ICT 관련 기관의 통합을 거론했다. 지금은 융합시대고 초연결시대인데 “5개 기관 업무가 혼재해 있다”며 통합을 검토해야 하지 않냐고 주장했다. 기관을 대표해 답변한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이 “기관마다 독특한 고유 업무가 있다”고 답했지만 이 의원은 재차 통합 필요성을 거론하며 김 차관을 압박, 결국 김 차관 입에서 “그런 면(통합을 검토할 면)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

김 차관 답변도 유감이지만 과학통으로 불리는 이 의원이 이들 ICT 기관 5곳을 통합하라고 몰아부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들 기관간 기능이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은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기관 통합까지는 아니다. 인사말에서 해당 기관 원장 및 부원장들이 밝혔듯이 각 기관마다 고유 업무가 있다. 지원하고 진흥해야 할 ICT 분야와 기업도 어느 한 곳이 하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ICT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의중 10%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기도 하다. 이들 5개 ICT 기관은 은 나름대로의 고유 목적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NIPA 등은 지난 2009년 한차례 통합 홍역도 겪었다.

당시 불어닥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세 기관이 합쳐져 만들어 진 곳이 NIPA다. 국내 보안을 총괄하는 KISA도 마찬가지다.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3개 기관(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합쳐져 출범했다. 또다시 합쳐지기는 기능과 역할이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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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통합은 장난이 아니다. 효과와 영향성을 오랜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증하고 스터디해야 한다. 일년에 한번 기관을 들여다보는 의원들이 불쑥 던질 말이 아니다. 어제 한 의원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영어 약자인 NIPA를 니파로 읽었다. 업계는 모두 나이파로 읽는다.

이상민 의원 발언을 들으며 이런 시어((詩語)가 떠올랐다. ‘자세히 봐야 이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이 의원과 국감 의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