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회사 '사수 부사수 시스템'의 문제점

[전규현 칼럼] 군대서 유래…비효율적인 면 많아

전문가 칼럼입력 :2017/09/19 10:40    수정: 2017/09/19 13:02

전규현 이우소프트 대표
전규현 이우소프트 대표

우리나라 회사에서 후배를 키우는 가장 흔한 방법은 '사수 부사수 시스템'이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사수 부사수 시스템을 많이 봐왔고, 지금도 매우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 용어는 군대에서 유래했다. M60 기관총 등 중화기들은 대부분 2명 이상이 운용해야 하고 사수와 부사수가 같이 장비를 다룬다. 영화 속 람보는 M60 기관총을 혼자서 양손에 하나씩 두개를 들고 쐈지만, 원래는 2명이 쏴야 하는 무기다.

이런 사수 부사수 시스템에서는 사수는 주업무를 하고 부사수가 보조 업무를 하며 업무를 익힌다. 1, 2년 후에는 부사수가 사수가 되어 또 다시 부사수를 교육하는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사수 부사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신입개발자가 들어오면 회사에서 사수를 지정해준다. 사수 옆자리나 근처에 자리를 배정하여 사수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씩 업무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한다. 사수는 부사수에게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구조부터 기능, 소스코드, 빌드 방법, 업무지식, 회사의 시스템 사용법 등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사수 부사수 시스템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 사수, 즉 선배가 후배 교육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후배 교육은 회사 입장에서 투자이기도 하지만 큰 비용이다. 선배는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시간을 빼앗긴다.

● 후배가 제대로 일을 하기까지 교육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현장 투입이 늦어진다. 회사마다 개인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작게는 몇주부터 몇달이 걸리곤 한다. 부사수는 교육과 훈련을 어느 정도 받기 전까지는 제대로 일을 하기 힘들다.

이때까지는 한사람의 개발자가 들어온 것이 아니고 0.5 또는 0.3 인원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수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어서 마이너스 인력이 경우도 있다. 즉, 후배가 없을 때보다 전체 개발 기간을 더 지연시키기도 한다.

● 후배가 들어올 때마다 매번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부사수가 다시 사수가 되어 후배를 가르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고참 개발자가 교육을 계속 해야 하고 시간 간격을 두고 5명의 개발자가 입사를 하면 교육 시간이 5배 들어간다.

● 사수도 많은 정보를 잊어버려서 제대로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수는 핵심 개발도 하고 교육도 하느라고 바빠서, 개발을 하면서 문서를 제대로 작성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무리 후배를 교육해도 결국 모든 문제 해결 요청은 고참에게 몰려서 고참은 여전히 더 바쁘다.

● 부사수는 너무 자주 물어보면 사수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해서 잘 물어보지 않게 된다. 뻔뻔한 후배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잘 물어보겠지만, 사수가 얼마나 바쁜지를 매일 보게 되면 사수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미안해하곤 한다. 그래서 일을 그르쳐 문제를 만들고 나중에는 사수의 시간을 더 빼앗곤 한다.

■ 사수-부사수 한계 극복하려면 개발때 분석-설계 제대로 해야

경영자는 그동안 문서가 너무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고 기존 소프트웨어의 문서를 만들라고 하는데 이미 개발된 시스템의 문서를 나중에 많는 것은 헛수고다. 문서는 원래 개발 전에 만들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개발 후 만드는 문서는 필요한 정보의 10%나 제대로 적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또한, 제대로 분석, 설계를 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시간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다시 문서로 정리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사수 부사수 시스템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사수 부사수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한 기업은 현재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회사를 조금만 키워도 개발 효율성은 점점 떨어져서,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 사수 부사수 시스템을 유지하는 회사에서의 후배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의 비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문서/시스템 : 직접 교육/코칭 = 2:8 또는 1:9

즉, 문서나 시스템을 통해서는 10~20% 정도의 정보밖에 전달을 못하고 나머지는 사수가 직접 가르쳐야 한다. 이상적인 비율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즉, 8:2 정도가 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정보는 문서나 시스템을 통해서 얻어야 하고, 문서를 봐도 잘 모르겠는 정보는 멘토나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것을 10:0 또는 9:1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더 비효율적이다.

8:2 정도만 되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의 대부분이 해결된다. 고참 개발자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지 않게 되고, 신규 입사자가 아무리 못해도 마이너스 인력이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으니 후배의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빨리 배울 수도 있다. 또한 입사 후 실전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은 훨씬 빨라진다.

그럼 사수 부사수 시스템을 탈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분석, 설계를 제대로 해서 개발을 하는 것이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실제는 정말 어렵다. 물론 이슈관리시스템이나 위키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회사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은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분석, 설계 문서는 SW를 개발하는데도 필요하면 이 문서들은 나중에서 신입 사원을 교육시키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이런 체계를 갖춘 회사에서는 신입개발자가 입사를 해도 바로 개발에 투입이 가능하다. 물론 개발 능력을 갖춘 신입개발자여야 한다. 개발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면 얘기가 안된다. 한사람 몫을 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고참을 그렇게 많이 방해하지는 않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문서나 시스템을 통해서 스스로 배울 수도 있고, 설계가 잘 된 시스템에서는 개발을 할 때 알아야 할

정보의 범위가 작다. 자신이 개발해야 할 시스템의 인터페이스와 요구사항만 알면 된다.

대부분의 외부 인터페이스가 잘 정의 되어 있고, 유닛 테스트는 이미 작성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신입 개발자에게 시스템 내부의 하위 설계는 직접 맡기는 경우도 있다. 또는 고참 개발자가 내부 설계까지 해주고 내용만 채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이 작은 서브시스템으로 잘 나눠져 있기 때문에 신입 개발자라도 개발에 참여하기 쉽고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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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하려면 분석, 설계를 매우 잘해야 한다. 모든 회사가 성숙도와 역량이 달라서 회사마다 벌어지는 현상은 다르다. 필자는 상당한 성숙도를 가진 회사를 기준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우소프트도 그러한 방향을 향해 발전해 가고 있는 진행형이다.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도 구축이 안되어 있고 분석, 설계 문서도 제대로 쓴적이 없는 회사라면 어떻게 할까? 한번에 극복할 수는 없다. 새로운 제품부터 분석, 설계를 하나씩 제대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방법론과는 상관이 없이 분석, 설계를 적절히 제대로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이다. 이렇게 하나씩 제대로 해나가면 지식정보가 축적되고 점차 사수 부사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규현 IT컬럼니스트

ABCTech Software의 대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며 소프트웨어 공학/개발 컨설턴트다. 27년간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개발 문화와 소프트웨어 공학을 국내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수많은 회사에 전파하고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2010 페가수스)이 있으며 소프트웨어 공학 블로그인 allofsoftware.net의 운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