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회의가 회사를 망친다

[전규현 칼럼] 잘못하면 오히려 업무방해…공유문화 중요

전문가 칼럼입력 :2017/09/04 15:46

전규현 이우소프트 대표
전규현 이우소프트 대표

나쁜 회의 문화가 회사를 망친다.

잦은 회의와 장시간 회의 때문에 일 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고참 개발자들에게는 그 폐해가 더 크다. 개발과 회의는 두뇌의 모드가 완전히 달라서 섞어서 하게 되면 개발 효율이 나지 않고, 많은 회의에 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새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개발자의 경력에서 벗어나 돌아올 수 없는 어정쩡한 관리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의의 나쁜 증상들을 살펴보자.

“여러분, 회의 좀 합시다.”

상급자의 요구에 의해서 수시로 소집되는 회의 유형이다. 갑자기 소집을 하기 때문에 주제와 내용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참석자들은 각자의 업무 계획이 있었는데 갑작스런 회의 때문에 일정도 틀어지고, 부족한 준비로 회의 진행도 부실하게 된다.

“직급이 깡패.” 회의를 하면서 서로 합리적으로 논의하여 결정을 못하고 상명하복식으로 무조건 윗사람이 결정하는 회의 유형이다. “편하게 얘기들 해보세요”라고는 하지만 편하게 얘기할 수 없고 결국에는 윗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통보하는 회의가 되곤한다.

“그럼, 네가 한번 해봐." 아이디어를 꺼내면 얘기를 꺼낸 사람이 일을 떠맡는 유형. 그러다 보니 해야할 얘기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된다.

“설명 좀 해 줘봐.” 상급자가 모르는 내용이 있거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서 실무자나 팀장들을 소집해서 브리핑을 받는 회의 유형. 업무 내용파악을 위해 수시로 실무자들을 불러서 시간을 낭비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라톤 회의.” 어려운 주제를 일단 회의시간에 만나서 끝장을 보려고 진행하는 회의 유형. 사전 의논이나 조율없이 달랑 회의에 참석해서 난상토론을 하면서 몇시간을 훌쩍 넘기는 회의. 그렇게 장시간 회의를 하고 결론을 짓지 못하고 다음에 결정하자고 하기도 한다.

“회의는 회의.”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나 업무들이 추적이 안되는 유형, 회의는 열심히 하는데 그 뒤에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추적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회의를 소집하기도 한다. 또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이 제대로 기록되고 관리가 안돼서 나중에 회의 참석자들끼리 회의 내용에 대해서 다툼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비효율적인 회의 유형은 다 나열 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많은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 고참 개발자들은 회의에 불려다니느라고 낮에는 일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밤에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고참 개발자들은 개발할 시간이 점점 부족해져서 결국에는 개발과는 멀어지게 된다. 회사 입장서는 중요한 개발 자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우소프트에서는 5,6년에 걸쳐서 회의 문화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몇가지만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 가능하면 짧게…최소 24시간 전에 아젠다 공지

첫째, 가급적 회의는 하지 않는다.

회의의 관행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불필요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 가능한 회의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회의의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회의를 하면서 소모하는 비용도 크지만, 기회 비용은 그보다 더 크다. 무조건 회의는 1/10로 줄인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자. 진행하는 일을 모두 온라인 시스템으로 공유하면, 회의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보 공유, 업무 진행상황 확인, 업무 지시 등과 관련된 거의 모든 회의는 할 필요가 없고 온라인 시스템을 통하면 된다. 꼭 필요할 때만 회의를 통해서 논의를 하면 회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최소 24시간 전에 상세한 Agenda와 함께 회의를 초청한다.

그래도 회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는 미리 회의를 초청한다. 이때 상세한 Agenda를 공유하고 발표자료나 참고자료는 미리 같이 배포를 해서 참석자들이 완전히 숙지를 하고 들어올 수 있게 한다. 덜렁덜렁 내용도 모르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금기다. 회의 시간에 자료를 발표하거나 낭독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렇게 하면 회의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줄어들고 회의 시간도 짧아진다.

피치 못하게 급작스럽게 소집되는 회의도 시스템을 통해서 Agenda와 회의 자료를 등록 후 회의를 소집한다.

셋째, 회의시간은 가능하면 짧게 한다.

보통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길어야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 주제와 내용을 사전에 모두 파악하고 빠른 결론을 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모두 회의에 집중해야 하며, 중간에 전화를 받거나 잠깐 나갔다 오는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넷째, 회의록은 실시간으로 작성한다.

가급적 회의록은 회의를 하면서 동시에 작성한다. 작성되고 있는 회의록은 회의 참석자 모두가 볼 수 있게 해서 즉석에서 수정하도록 한다. 또한 회의록에는 2가지가 꼭 적힌다. 결정사항과 “Action Items”다. 회의에서 어떠한 결론을 냈는지는 별도의 항목에 정리를 하고 회의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은 “Action Items”로 따로 정리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실시간으로 내용을 확인해서 동의를 해야 한다. “Action Items”에는 꼭 담당자와 Due date를 지정한다. 회의 후에 바로 이슈관리시스템에 Task를 생성해서 모든 관련자들이 실시간으로 “Action Items”의 진행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회의록은 전직원에게 공유된다.

관련기사

회의록은 회의 참석자 외에도 전직원에게 공유하는 것이 좋다. 회의록 공유는 성숙된 공유 문화의 중요한 요소다. 실시간으로 공유된 회의록에는 누구나 회의 내용에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줄 수가 있다. 또한 회의 내용이 모두에게 공유가 되면서 업무는 투명하게 진행이 된다. 정보는 독점을 할 때보다 공유를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우소프트는 회의록을 위키시스템을 통해서 작성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회의록은 손쉽게 검색이 가능하여 회의 내용에 대한 다툼이 없다. 해야 할 일은 이슈관리시스템과 연계돼서 회의와 관련된 모든 업무가 추적된다.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잘하면 약이 되고 잘못하면 독이 된다. 회의 문화의 변화는 회의 이전에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한 공유 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회의가 줄어들면서 회의 문화가 개선되기 시작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규현 IT컬럼니스트

ABCTech Software의 대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며 소프트웨어 공학/개발 컨설턴트다. 27년간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개발 문화와 소프트웨어 공학을 국내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수많은 회사에 전파하고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2010 페가수스)이 있으며 소프트웨어 공학 블로그인 allofsoftware.net의 운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