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대통령과 스마트시티

데스크 칼럼입력 :2017/09/04 14:09    수정: 2017/09/04 14:28

문재인 정부의 첫 부처업무보고가 지난 31일 막을 내렸다. 대통령이 부처를 보는 시각이 그대로 나타나 흥미로웠다. 산업부처들은 대체로 혼이 났다. 과학기술정통부는 방송과 함께 “지난 10년간을 반성하라”는 질책을 들었다.

안타까웠다. 대통령 성과는 결국 공무원들이 내는거 아닌가. 이들을 뛰게 해야 대통령도 산다. 공식적으로 처음 대하는 부하직원들을 칭찬은 못해 줄망정 야단부터 먼저 쳤다. 세종 리더십 중 하나가 칭찬이다. 세종은 늘 신하들을 칭찬하고 상을 줬다. 신하들이 신바람 나게 일했음은 물론이다.

생뚱맞은 것도 있었다. 스마트시티다.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스마트시티를 거론하하며 “4차산업혁명을 위해 정부가 먼저 부지를 제공해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필요가 없는냐”고 물었다. “추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때 다시 확인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며칠 뒤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다시 스마트시티를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추진해도 좋을 것”이라고 ‘훈수’했다.

우리가 보유한 ICT 기술 등 국가적 역량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과제가 스마트시티라면서 “미래형 신도시이자 신성장 동력의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산업정책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갑자기 왜 스마트시티를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전문가가 아니다. 대통령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게 우리 행정이고 관료들 습성이다. 자칫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대통령의 스마트시티 언급을 보면서 “대통령이 뭘 알기에...”와 “스마트시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쏟아지겠네”라는 우려가 동시에 들었다.

문득 이명박 대통령때의 로봇물고기도 오버랩됐다. 2009년 1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수질 관리를 위해 로봇물고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무리한 로봇물고기 개발이 시행,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다. 선무당이 사람을 크게 잡은 케이스였다.

스마트시티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강조할 만큼 국가경쟁력을 높여주고 먹을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리 정부는 10여년전부터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토부가 송도 등 신도시에 오래전부터 스마트시티 구축 자금을 지원했다. 민간(기업) 욕을 먹으면서 기어이 표준 플랫폼을 개발, 지자차에 보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가 지자체와 도시 경쟁력을 높였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10여년전 불어닥친 스마트시티(당시는 u시티라 불렀다) 바람으로 대기업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손해만 봤다. 모 기업 최고경영자는 만나기 어려운 중동 왕족을 스마트시티를 내세워 만나는데 성공, 이후 수출을 추진했지만 거액만 날렸다. 중국 수출을 시도한 기업도 있었지만 역시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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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는 문외한이 보기에도 무언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주문’이 이를 더욱 혹하게 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다. 기술과 행정, 자금, 리더십 등 여러가지가 복잡히 얽혀 있다. 우리는 전체 그림을 그리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성과가 5년안에 날 수 있는 아이템도 아니다. 수출 역시 쉽지 않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이제 스마트시티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러 정책이 쏟아질 것이고, 이번 정부의 기대주로 활약할 것이다. 당국에 부탁한다. 제발 로봇물고기 꼴이 나지 않게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