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삼성 vs 애플

기자수첩입력 :2017/08/04 09:09    수정: 2017/08/04 10:23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2분기 북미 휴대전화시장에서 1400만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33.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분기(24.9%)보다 8.4% 포인트, 전년 동기(29.7%)보다 3.6% 포인트 상승했다.

2위 애플(24%)과 거의 1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삼성이 애플을 따돌리고 북미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근 1년만이다. 2012년 이후 3년(12분기)만에 30%대 점유율도 다시 달성했다. 하루 앞서 발표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은 22.1%를 차지, 11.4%에 그친 애플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고수했다.

애플과 중국업체들이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지만 삼성은 판매량으로만 보면 ‘언터처블’이다.

영업이익은 어떨까. 여전히 애플이 삼성을 압도한다. 지난해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약 80%를 가져갔다. 거의 독식 수준이다. 삼성은 15% 안팎에 그쳤다. 나머지 5% 정도를 화웨이, 오포, 비포 등 중국업체들이 나눠 가졌다.

애플이 영업이익을 싹쓸이 하며 돈을 긁어 모으고 있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되 소비자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자체 생산시설을 갖지 않는 등 무서울만큼 치열한 원가 관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삼성은 애플과 달리 2분기 호실적에 스마트폰보다 반도체 덕을 많이 봤다. 일반 소비자보다 고객 기업의 덕을 더 많이 봤다는 뜻이다.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이 약 8조원이고 영업이익률도 40%를 훌쩍 넘어섰다. 아이폰 영업이익률을 상회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삼성과 애플을 지탱해 온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그런 만큼 두 회사는 모두 '스마트폰 이후'에 대한 진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웨어러블기기나 스마트자동차 같은 새로운 기기들이 기대만큼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2분기 실적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두 회사 모두 그 고민들에 대한 희망의 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까지 떨어졌음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꾸준히 추진해 온 서비스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서비스 부문은 앱스토어 등이 포함된 사업 부문이다.

삼성은 반도체 쪽이 꾸준한 강세를 보인 점이 반갑다. 사업군 다양화에 성공하면서 위험 요소를 분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모두 깜짝 놀랄만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달초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삼성은 1969년 창사 이래 최대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선보였다. 매출 영업이익 기준 세계 최대 제조업체가 됐다.

애플 역시 2분기가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이어서 전통적으로 약세기임에도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어닝을 달성했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2615억 달러, 293조93000억 원)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1.8%에 달할 만큼 커졌다.

두 회사는 서로 스마트폰 분야에서 싸우는 최대 경쟁자지만 사업 스타일이나 내용은 많이 다르다. 애플이 소프트파워에 더 강하다면 삼성은 제조와 기반 기술에 더 강하다. 5년 째 계속되고 있는 두 회사의 특허분쟁에도 이런 장점들이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삼성과 애플. 둘은 현재 세계 양대 IT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은 '규모는 삼성, 이익은 애플'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현재 모습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스마트폰 이후'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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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에선 두 회사 모두 그 고민에 대한 해법을 하나씩 보여줬다. 애플은 장점인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일정 부분 성공했고, 삼성은 B2B와 B2C의 결합란 또 다른 성과를 내놨다.

하지만 두 회사가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측면에서 겉으로 드러난 숫자 너머에 숨어 있는 두 회사의 고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삼성과 애플이 써 내려가는 '세계 IT 패권 전쟁'을 읽어내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