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와 스타벅스가 AI를 대하는 자세

[기자수첩] 전통과 첨단 '행복한 결합'

기자수첩입력 :2017/03/03 17:22    수정: 2017/03/03 17:29

손경호 기자

피자나 커피를 주문할 때조차 인공지능(AI)을 동원하는 건 지나친 호들갑이 아닐까? 미국을 대표하는 도미노피자와 스타벅스는 이런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1960년 설립된 도미노피자는 57년째 82개국에서 피자 주문/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1971년 미국 시애틀을 시작으로 47년 동안 2만3천768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언뜻 보기엔 아날로그 정서를 대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보여주는 행보는 이런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실제로 도미노의 최근 행보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을 연상케한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도미노는 최근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드론, 자율주행배달로봇까지 개발했다. 최근엔 아예 음성명령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사 모바일앱에 적용했다.

스타벅스도 만만치 않다. 스타벅스 모바일앱을 통해 서비스하는 '사이렌오더'는 커피전문점에서는 반드시 서서 기다렸다가 주문하고 커피를 가져가야한다는 공식을 깨버렸다. 심지어 매장에서 긴 줄을 서야했던 사람들이 늦게 도착해 먼저 커피를 가져가는 고객들 때문에 이 회사에 민원이 들어올 정도다.

최근에는 앱 내에서 마치 점원과 대화하듯이 채팅창이나 음성명령으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내놨다.

■ 도미노 "DRU어시스트는 현실에서의 플랫폼 변화"

딥러닝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전문가는 이제 인공지능(AI)은 기술개발 자체보다도 어떤 아이디어로 구현해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론에만 그쳤던 기술들을 실제 여러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는 수준까지 데이터량과 컴퓨팅 성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마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등장한 뒤 수많은 앱 개발사들이 아이디어와 서비스 품질을 놓고 경쟁해왔듯이 AI도 글로벌 IT회사들을 중심으로 플랫폼화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두 회사 업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이들이 최근 AI를 대하는 자세는 상당히 진지한 편이다. 반짝 마케팅 수단으로 '무늬만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외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피자와 커피를 서비스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데 AI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전략적으로 고민한 모습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도미노피자가 드론을 이용해 피자 배달을 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도미노피자)

이 때문에 돈 메이즈 도미노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AI 기반 주문서비스인 'DRU 어시스트'에 대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플랫폼 변화를 뜻한다"고 말한다. 그는 "2017년 도미노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갈 예정"이라며 "음식인터넷(Internet of Food)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쉽고 편리하게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면 AI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속뜻이 담긴 발언이다.

앞서 개발한 자율주행배달로봇 DRU나 드론 제조사 플러티와 협업을 통해 뉴질랜드에서 드론으로 피자배달하기 테스트를 마친 것, 건물을 지정하지 않고 스마트폰 지도 상 핀을 설정하면 어느 곳이든 배달해 주는 '도미노 애니웨어' 등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피자배달회사가 도미노 이노베이션 랩(DLAB)이라는 연구소를 통해 음식에 대한 것은 물론 여러 디지털 기술까지 폭넓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스타벅스, 챗봇으로 고객 까다로운 주문 정교하게 처리

스타벅스가 베타서비스 중인 AI 기반 챗봇 '마이 스타벅스 바리스타'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주문요구에 대해서까지 보다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마존이 선보인 음성인식비서 아마존 에코에서도 이런 기능을 써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말 어도비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았던 제리 마틴 플리킨저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면서 AI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도미노에 DLAB과 AI 퍼스트 전략이 있다면 스타벅스는 '디지털 플라이휠(Digital Flywheel)'을 내세워 자사 서비스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기계나 엔진의 회전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쓰는 바퀴(플라이휠)처럼 매장 내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알고리즘, 자동화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개인화된 서비스, 간편결제, 빠른 주문절차를 구현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스타벅스 입장에서 AI는 반짝 마케팅 수단이라기보다는 유용한 도구로서 활용된다.

(사진=씨넷)

최근 국내 IT 소식 중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과 AI다. 이중에서도 특히 AI는 사람의 일자리 대부분을 빼앗아 갈 것이라거나 결국에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어떤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얘기들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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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개최된 구글AI포럼에서 구글코리아 엔지니어링팀 테크리더를 맡고 있는 박영찬 엔지니어는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는 모습은 훨씬 더 큰 꿈에 대한 얘기"라며 "지금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마디 보태자면 자동화, 효율성을 내세워 이미 기업 현장에 이식되고 있는 AI 기술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껍데기만 그럴싸한 AI 대신 도미노, 스타벅스와 같이 '궁서체'로 AI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을 국내서도 많이 만나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