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제로스크린 시대'가 온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음성기술과 UI 혁신

데스크 칼럼입력 :2017/01/16 16:22    수정: 2017/01/16 17: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올초 열린 CES 2017의 숨은 승자는 아마존이었다. 음성인식 플랫폼인 알렉사 덕분이다. 자동차, 가전 등 여러 업종의 대표주자들이 연이어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이 어제 오늘 벌어진 건 아니다. 애플이 시리(Siri)를 탑재한 아이폰4S를 내놓은 이후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은 앞다퉈 음성인식 비서 개발에 나섰다.

구글 홈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 같은 것들도 전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 대표주자인 삼성도 지난 해 시리 개발자들이 만든 비브랩스를 인수하면서 음성인식 비서 개발 경쟁에 힘을 보탰다.

아마존 알렉사. (사진=씨넷)

이런 현상은 뉴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초 공개된 로이터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프로젝트 2017’에도 눈길 끄는 내용이 담겨 있다. (☞ 로이터연구소 보고서 바로가기)

2017년 뉴스 시장 전망을 담은 이 보고서 필자인 닉 뉴먼은 올해는 ‘음성 운영체제와 오디오의 부활(Voice as an operating system and the rebirth of audio)’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 로이터연구소 "올 뉴스 시장 핵심은 오디오의 부활"

로이터연구소가 주목한 것도 최근 IT 시장 흐름과 비슷하다. 아마존 알렉사를 비롯해 애플 시리, MS 코나타, 삼성의 비브,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것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홈 디지털 생태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란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뉴스 시장 경쟁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 ‘제로 UI’다. 제로UI란 쉽게 얘기하면 ‘스크린이 없는 이용자 인터페이스’(screen-less user interface)를 의미한다.

지난 10년 간 IT 시장의 중심이 된 스마트폰의 상징은 터치스크린 UI다. 다양한 아이콘을 손끝으로 살짝 누르면 작동되는 터치스크린은 스마트폰을 ‘콘텐츠 소비 플랫폼’의 중심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과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면서 ‘터치스크린 시대’가 종언을 구하고 있다. 이 기술들의 결합물은 음성인식 비서만 있으면 굳이 스크린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인공지능 기업 비브 창업자인 다그 키틀로스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씨넷)

로이터연구소는 올해 뉴스 시장에선 ‘제로 UI’가 또 다른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중심추가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란 파격적인 전망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손과 눈이 바쁠 때도 여전히 기계와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아예 “2020년이 되면 전체 웹 이용량 중 30% 가량은 제로UI를 통한 것”이라는 가트너 전망을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 가트너 보고서 바로 가기)

‘오디오 (뉴스)의 부활’이란 로이터연구소의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연초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 중 상당수는 전망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오디오의 부활’이란 전망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기술’의 결합이 몰고 올 또 다른 혁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브레히트의 라디오혁명, 제로UI시대엔 어떤 모습?

독일의 극작가로 유명한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일찍이 ‘라디오는 가장 혁명적인 매체’라고 설파했다. 상호작용적 속성이 가장 강한 매체란 게 그 이유였다.

한 때 주춤하던 라디오는 ‘마이 카(my car)’ 시대를 맞아 새롭게 부활했다. 이동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의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형태를 바꿔가면서 진화를 거듭했던 ‘오디오 콘텐츠’가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또 다른 진화를 꾀하고 있다. ‘제로 UI’란 새로운 소통 방식과 함께 콘텐츠 혁명의 선두 주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완전한 ‘제로UI’가 실현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 곳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 콘텐츠 소비의 목표 지점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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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화 ‘라디오 스타’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당시 난 그 영화를 ‘진정한 소통한 미디어 혁명’의 소박한 실천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읽은 적 있다.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이 함께 만들어낼 ‘제로 UI’를 통해 한 단계 더 진화된 ‘라디오 스타’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