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 진짜 남 얘기 아니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백악관 'AI보고서'를 읽고

데스크 칼럼입력 :2016/12/30 14:27    수정: 2016/12/30 14:3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세기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생산성 향상’이었다. 기계화, 자동화 덕분에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로 직접 타격을 받은 것은 고숙련 노동자였다. 방직기를 비롯한 대량생산 기계의 등장으로 그무렵 고숙련 노동자로 꼽혔던 방직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우리에겐 ‘러다이트’로 널리 알려진 기계파괴운동은 자동화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20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촉발된 3차산업혁명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번엔 고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장면.

특히 쉽게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직종들이 타격을 받았다. 전화교환수나 공장 조립라인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피해 대상이었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AI) 보고서가 화제다.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는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준다. (☞ 백악관 보고서 바로 가기)

이 보고서에선 19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산업혁명을 비교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 AI주도 4차산업혁명은 슈퍼스타 중심구도로

19세기 산업혁명이 ‘비숙련 쪽으로 치우친 기술 변화(unskill-biased technical change)’를 만들었다면, 20세기엔 ‘숙련 쪽으로 치우친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ical change)’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산업시대엔 숙련 노동자를 위축시켰다면, 20세기 산업혁명에선 비숙련 노동자를 도태시켰단 얘기다.

물론 이 보고서가 정말로 관심 갖는 건 흘러간 과거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숙련 노동자 중심의 기술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20세기에 우리가 목격했던 것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지점도 발견된다. 20세기 산업혁명은 일부 직업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AI가 무서운 건 직업(occupations)이 아니라 직무(tasks)를 바꿔놓는다.

잘 아는 대로 직업은 여러 직무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AI는 알게 모르게 대부분의 직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얘기가 된다.

AI가 더 무서운 건 다른 부분이다. 그 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지성(intelligence)’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AI 보고서.

따라서 앞으로 핵심 질문은 AI가 인간 노동의 어떤 부분을 대체할 것이냐는 점이 아니다. 인간 전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저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다.

이런 진단은 좀 더 무서운 경고로 이어진다. AI가 중심이 된 경제는 ‘슈퍼 스타에 편중된 기술 변화(super-star biased technological change)’로 이어질 수 있단 얘기다.

무슨 의미인가? 겉보기엔 20세기 산업혁명의 특징인 ‘숙련 노동 중심의 기술 변화’와 비슷하지만 과실은 ‘극히 소수’에게 집중될 우려가 많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극소수’는 자본 소유자일 가능성이 많다.

노동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백악관 보고서는 “전체 소득 중 상위 0.01% 집중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악관 보고서는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정책의 중심을 어느 쪽에 둬야 할 지 권고하고 있다.

■ 한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역사 속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시간들을 보냈다. 이런 혼란이 계속되는 사이 대한민국호는 사실상 제 기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무거운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혼란스런 국내 사정 못지 않게 세계 시장의 흐름도 예사롭지 않은 데 생각이 미친 탓이다.

그 중 하나가 AI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이다. 4차산업혁명은 세계 경제의 빈익빈 부익부를 한층 심화시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격변기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을 경우 뒤켠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안방으로 눈을 돌리면 암울하기 그지 없다. 2017년 상반기에도 한국 정치는 유례없는 혼란 속에 파묻힐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탄핵 심판과 조기 대통령 선거 같은 굵직한 현안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관련기사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정치권과는 별도로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고 있는 많은 정책 결정권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탄핵 정국 이후'가 좀 더 순탄할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게 2017년 정유년 새해를 기다리는 한 IT기자의 소박한 바램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