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웨어러블 기기

전문가 칼럼입력 :2016/08/19 13:42    수정: 2016/08/19 15:13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얼마 전, IT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는 1세대 웨어러블 기업인 조본(jawbone)이 재정난으로 인해 회사매각을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1월에 신제품 개발을 위한 1억 6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UP4를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웨어러블 사업을 철수한다는 루머가 있다가 이번에 매각설까지 등장한 것이다.

웨어러블 사업자들의 판매 부진은 '조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IDC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애플 워치의 판매량이 360만대에서 160만대로 반토막이 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스마트밴드의 시장점유율 1위인 핏빗은 계속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보는 성장성이 밝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부진한 웨어러블 기기가 있는 반면,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호평을 받는 새로운 기기들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는 혼합 현실(Mixed Reality)를 표방하면서 등장할 때부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생활과 연계되는 다양한 정보를 홀로그램처럼 볼 수 있고, 현실 세계와 연동되는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지난 3월부터 개발자 버전이 판매되었고 8월 초부터는 일반인 판매가 시작되었다.

핏빗포스4

밸브의 스팀 VR은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게임 사업자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VR의 원조격인 오큘러스는 얼마전에 마인크래프트의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고 있으며 인텔은 PC 없이 동작하는 VR 헤드셋 프로젝트 얼로이를 공개했다. 삼성과 소니, 화웨이, 샤오미 등도 각각 VR 전용 기기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웨어러블 시장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WMD(Wrist Mounted Device)는 부진하고 HMD(Head Mounted Device)는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HMD 였던 구글 글래스가 웨어러블 시장을 열었고, WMD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가 다시 HMD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WMD에서 HMD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생산자가 주도하는 산업의 전형적인 한계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따른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한 제조사들의 니즈에 의해 출발되었다. 푸쉬 알림과 헬스케어를 내세웠지만 웨어러블 기기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하였고 사용자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는 변함이 없으니 HMD에서 WMD로, 이제는 다시 HMD로 돌아와 새로운 기기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둘째, MWC 2016를 기점으로 AR과 VR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급증한 덕분이다. 게임 업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교육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였다. 콘텐츠가 풍성해지면서 VR방이나 VR 테마파크도 등장하였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대부분 HMD를 필요로 했고 수요가 생기자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관련 기기를 발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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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저가 WMD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더라도 가격이 높으면 대중화되기가 힘들다. 구글 글래스의 익스플로러 에디션은 1500달러였고 얼마전에 발표된 홀로렌즈의 개발자 에디션은 3000달러이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VR기기는 WMD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저가들도 많다. 중국의 대표적인 VR기기인 ‘폭풍마경’은 2만원대에 등장을 하였고 샤오미 VR은 2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당분간 대중들과 미디어의 관심은 HMD 위주로 흘러갈 듯 하다. 다만, WMD에서 HMD로 무게중심이 넘어간 이유는 모두 HMD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HMD기기와 AR, VR 콘텐츠도 아직까지는 생산자 주도이며, 떨어질 만큼 떨어진 가격으로도 WMD는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웨어러블 기기는 성공의 위치를 찾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고객의 몸 구석구석을 전전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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