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U+는 왜 조사거부를 했을까

기자수첩입력 :2016/06/16 17:28    수정: 2016/06/16 17:28

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소위 ‘항명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별도 제재에 나섰다. 16일 전체회의를 연 방통위는 LG유플러스의 조사거부 행위에 위법성이 있어 현재 진행 중인 단통법 위반협의 사실조사와 별건으로 신속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내주 초 한 차례 더 조사관들의 보고를 받고 LG유플러스의 조사거부 행위가 기피나 거부 혹은 방해에 해당하는 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를 앞당긴 것이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조사 거부 방해나 기피한 위법성이 확인되면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또 사실조사에서 단통법 위반행위가 드러날 경우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이렇게 방통위가 신속히 움직이면서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왜 LG유플러스가 조사 거부를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정부에 항명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향후 이것이 언제든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규제 환경이 옛날보다 완화되었다 해도 큰 틀에서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년간 통신사업을 해 온 LG유플러스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법적 다툼에서도 LG유플러스에게 유리하지도 않다.

단통법 제13조에는 ‘조사일 7일 전까지 조사 기간, 이유, 내용 등에 대한 조사계획을 해당 사업자에게 고지토록 한다’고 돼 있지만 ‘긴급한 경우나 사전에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는 진짜로 왜 조사 거부란 강수를 두었을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다. 숨길 것이 많았거나, 평소 방통위에 대한 억울함이 쌓여 조사 거부로 표출됐을 경우다.

전자의 경우라면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생각해볼 게 많다.

단통법은 대표적인 규제법이다. 일각에서는 경쟁 둔화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장단점이 있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은 번호이동에서 기기변경으로 옮겨갔다. 여기에 이동전화에 방송까지 묶은 결합상품이 대세가 되면서 가입자를 많이 보유한 사업자가 가입자를 지키는 게 유리한 시장이 됐다.

후발사업자이자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서 단통법은 손발을 묶는 법이다.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지원금이 같고 결합 혜택을 선택하는 게 사업자를 옮기는 것보다 유리하다면 소비자들이 움직일 리 없다. LG유플러스에게 단통법은 불편한 옷이고 규제다.

반대로 이를 규제하는 방통위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LG유플러스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수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2014년 5월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한 주도 사업자로 찍혀 14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 방통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감경처분을 받았다.

방통위로선 처음 있는 사례였다.

이듬해 LG유플러스는 또 한 번 다단계 판매로 시장을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방통위는 사전승낙제와 공정위의 방문판매법(휴대폰과 약정요금을 합쳐 160만원 이하) 정한 선에서 허용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방통위로선 시장혼란을 야기한 LG유플러스에게 두 번이나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번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업계에는 LG유플러스 직원이 실수로 두고 간 수첩과 그 내용이 회자됐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단독조사를 받게 된 것이 수첩 때문이고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세간의 소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확인된 사실은 방통위가 실제 그 수첩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고, 그 문제 삼은 수첩을 상임위원들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채 경쟁사들에게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온갖 추측보도가 이어지게 된 것도 이런 이유가 한 몫 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타인의 사유물에 대한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될 수도 있는 행위다.

이후 방통위 담당과장과 LG유플러스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만남까지 알려지면서 해당 과장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에선 문제의 발단은 LG유플러스로부터 비롯됐는데 방통위만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LG유플러스가 원래 조사목적인 ‘불법적인 법인영업’ 외에 ‘사상 초유의 조사 거부, 방해 행위’와 ‘괘씸죄’란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이 발언한 내용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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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법상에 근거해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 괘씸죄 때문에 조사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법에 근거해서 엄정하게 조사해주기 바란다. 사업자가 부당하게 느끼지 않도록 절차를 명시하고 법을 집행하는데 그것을 거부한 것이 명확하다면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법과 절차를 잘 지켜 조사해 달라.”

규제는 법에 근거해 명확하고 정확하게 집행돼야 뒷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