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시장과 페이스북, 두 알고리즘 이야기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6/06/07 11:12    수정: 2016/06/07 13: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노량진수산시장에선 3년에 한번씩 ‘뽑기’를 한다. 매장 위치 선정을 위한 추첨이다. 추첨 결과에 따라 상인들의 3년 운명이 결정된다.

왜 그럴까? 점포 사용료는 똑 같은 데 위치에 따라 매출이 엄청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A급지와 F급지는 경우에 따라선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직감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수산시장에서 구석진 매장은 잘 찾지 않게 된다. 특별히 입소문이 나있거나, 오랜 단골이 아니라면 굳이 애써서 찾아가진 않는다. 웬만하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그냥 먹게 된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둘러싼 공방이 꽤 뜨겁다. 얼마전엔 트렌딩토픽의 편향성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이번엔 아예 알고리즘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 "개인 우대 알고리즘 변경후 언론사 노출 42% 하락"

알고리즘 변경 의혹을 제기한 것은 소셜미디어 최적화 플랫폼인 소셜플로우(SocialFlow)다. 3천개 이상 미디어 기업 페이스북 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올 들어 포스트당 도달 건수가 42%나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언론사 페이지에 올라온 포스트는 평균 11만7천명에게 노출됐다. 그런데 이 수치가 5월엔 6만8천명으로 뚝 떨어졌다. 노출 빈도가 줄어들면 페이스북을 통한 트래픽 유입량도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소셜플로우는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연히 두 번째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언론사 페이지 글을 홀대하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바꿨을까?

소셜 플로우의 짐 앤더슨 최고경영자(CEO)의 추론이 흥미롭다. 개인들이 소소한 자기 얘기를 좀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많단 얘기였다. 그 뿐 아니다. 같은 언론사 기사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것도 막으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다.

소셜 미디어 데이터 추적 전문 기업인 뉴스휩(NewsWhip)이 최근 발표한 자료도 흥미롭다. 동영상 우대 조치 이후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 주요 언론사의 독자 관여도가 크게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독자 관여도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 수 등을 종합한 것이다. 여기에다 다른 이용자 프로필 페이지에서 공유 등의 반응을 보인 수치도 함께 계산했다.

■ 알고리즘 편향성,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애매하다. 알고리즘은 페이스북의 기업 비밀이자 경쟁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고리즘을 공개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부작용도 적지 않다. 알고리즘을 노린 어뷰징이 늘 수 있단 얘기다.

그렇다고 노량진수산시장처럼 무작위 배치하라고 할 수도 없다.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의 품질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란 한 기업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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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업자의 권리와 미디어 플랫폼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보장할 묘안은 없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자칫하면 ‘개별 사업자 규제’란 엉뚱한 불씨를 양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논의되는 시대에 ‘알고리즘 중립성’ 운운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변경에 따른 파장을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다. 저 정도면 거의 재앙에 가깝기 때문이다. 생산보다 유통의 위력이 훨씬 커진 시대를 지혜롭게 유지할 묘안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