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뉴스는 뉴스일 뿐"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6/05/31 15:54    수정: 2016/05/31 17: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

인기 개그맨 유재석이 유행시킨 말이다. 초대 손님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뒤 끝맺음으로 늘 썼던 말이다. 웃자고 한 얘기니, 죽자고 달려들지 말란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엉뚱하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케케묵은 저 유행어를 떠올렸으니.

최근 읽은 건 ’News Use Across Social Media Platforms 2016’이란 보고서였다. 제목 그대로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연구한 보고서였다. (☞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읽기 )

이 보고서 내용은 언론에 많이 보도됐다. 핵심 내용은 미국인 62%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부분이었다. 2012년 같은 연구 때는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접한 비중이 49%였다. 4년 만에 13%P가 늘어난 셈이다.

(사진=페이스북)

■ "다른 작업하다가 눈에 띄어서 뉴스 접했다" 60% 육박

소셜 미디어 중에선 페이스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이용자의 66%가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난 이번 보고서를 좀 다른 방식으로 읽었다. 트위터, 레딧 같은 뉴스 지향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커뮤니티 지향 미디어 간의 확연한 차이가 우선 눈에 들어왔다.

레딧과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사용자의 70%와 59%에 이르렀다. 반면 유튜브(21%)와 인스타그램(23%)은 뉴스 습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런 차이보다 더 눈에 띈 건 어떻게 해서 뉴스를 보게 되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페이스북을 비롯한 상당수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다른 걸 하다가 눈에 띄어서’ 보게됐다고 응답했다.

인스타그램이 63%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고 페이스북(62%), 유튜브(5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물론 링크드인(48%), 트위터(45%), 레딧(42%) 등은 처음부터 뉴스를 보려고 했다는 응답이 꽤 높긴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절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동안 뉴스 생산조직 종사자들은 ‘뉴스는 특별한 콘텐츠’란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정제된 훈련을 받은 생산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깔끔한 콘텐츠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런 자부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 자부심에 걸맞은 멋진 콘텐츠를 만드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준다. 개그맨 유재석이라면, ‘뉴스는 뉴스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함직한 상황에 처했다는 메시지. 무슨 얘기인가? 뉴스는 그냥 뉴스란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 그 자체로 소셜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것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콘텐츠’는 아니란 메시지다.

■ '개그는 개그일뿐'이란 메시지가 던진 교훈

언제부터인가? 뉴스 소비시장에선 ‘묶음 상품’이 해체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뉴스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 부산물로 개별 미디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확연하게 낮아졌다. 이젠 ‘계급장 떼고’ 콘텐츠 품질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보고서는 소셜 플랫폼에선 이런 상황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란 메시지를 던져준다. 뉴스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란 것. 이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우연하게 찾아오는 독자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유재석이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을 한 건, 역설적으로 개그를 뛰어넘는 진지한 내용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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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이젠 이렇게 외쳐야 할 지도 모른다. “뉴스는 뉴스일 뿐 오해하지 말자.” 고.

물론 이 말 속엔 ‘뉴스란 형식’이 아니라 ‘뉴스 속에 담긴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함께 포함돼 있어야만 할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