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에 비친 애플 개발자 생태계의 미래

전문가 칼럼입력 :2016/01/15 15:01    수정: 2016/01/15 15:52

박민우 tebica@gmail.com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한 것이 2007년 1월 9일이다. 이제 딱 만 9년이 되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라 하는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기세는 아직 그칠 줄 모른다. 혹자는 중국 제품들 때문에 아이폰 판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인에게 스마트폰이 갖는 의미는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아이폰을 쓰려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이폰을 더 많이 팔려면 애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싱스(Things) 라는 일정관리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 처음 아이폰을 구매했다. 휴대폰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더 좋은 앱을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 좋은 앱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훌륭한 개발자와 개발사 들이 애플 플랫폼을 위한 앱 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개발자가 애플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오브젝티브-C(Objective-C) 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어를 사용해야했다. 아이폰 앱은 물론이고 맥용 데스크톱 OS인 OS X를 위한 앱을 만들 때도 오브젝티브-C가 필요했다.

오브젝티브-C는 좋은 언어지만 몇가지 단점이 있다. 다른 언어와는 많이 다른 문법이 개발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초보 개발자들이 배우기에는 문법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브젝티브-C는 나온지 30년 된 언어다. 그러다보니 오브젝티브-C에 최신 프로그래밍 개념을 녹아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애플은 대안으로 개발자들이 배를 갈아타도록 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최신 개념을 받아들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플랫폼을 좋아하게 할 수 있다. 더 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플랫폼으로 유입되면 개발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OS 회사가 핵심 프로그래밍 언어를 교체하는건 대단한 모험이다. 이런 모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서비스들이 애플 플랫폼위에서 돌아가고 있기때문에 기존 플랫폼들이 새 플랫폼으로 잘 넘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 라이브러리 등 생태계 운영을 위한 준비가 모두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플랫폼 제공 업체가 기술력, 재원, 기술 리더십 등을 모두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스위프트(Swift)라는 언어로 이같은 도전에 나섰다.

스위프트는 크리스 라트너(Chris Lattner) 라는 유명 개발자가 주도해 개발했고 지금은 오픈소스로 풀렸다. 크리스 라트너는 현재 애플 소속으로 스위프트 개발은 물론 스위프트가 어떻게 발전할 지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포럼에 올라온 질문에 직접 답변을 하기도 한다.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애플은 스위프트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이미지 변신 효과도 거뒀다. 사람들이 직접 스위프트 코드에 기여할 수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발전 방향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많은 개발자들은 스위프트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다. 스위프트는 발표된지 1년반 밖에 안됐음에도 애플의 새로운 개발언어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 렘(Realm)은 스마트폰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회사인데 스위프트 문서를 읽는 사람이 오브젝티브-C(Objective-C) 문서를 읽는 사람보다 많다.

애플은 스위프트를 내놓고서도 플랫폼 생태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일반인 팬이 중요하듯이, 개발자들을 유혹하려면 그들의 팬심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은 스위프트를 앞세워 개발자들의 팬심을 다시한번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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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란 시간이 지나면 활력이 떨어지면서, 과거 인프라를 뜻하는 '레거시'가 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바꾸는 것도 꽤나 위험한 일이다. 기술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애플은 오브젝티브-C를 이을 차세대 프로그래밍 언어로 스위프트를 투입하고 순조로운 초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 관점에서 애플은 계속해서 혁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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