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망은 왜 이리 맞는 것이 없는가

전문가 칼럼입력 :2016/01/12 10:50

조중혁 doimoi@outlook.com

언제나 새해가 되면 한해를 전망하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IT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IT 역사를 살펴 보면 IT 전망에 대한 정확도는 높지 않았다.

IT에 역사 상 최초의 전망은 컴퓨터에 대한 비관론부터 시작 되었다. 19세기 후반 당시 최고 지성이며 하버드 대학의 수학자이자 미국 국립연구협회 회원이던 하워드 에이콘은 컴퓨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컴퓨터 산업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다. 아마 전국적으로 컴퓨터는 6대 정도 필요 할 것이다. 그것도 국방, 의학 같이 극히 일부분의 분야에서 필요할 것이다’ 당시만 해도 거대한 크기와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컴퓨터 산업을 만든 IBM도 컴퓨터 산업에 대한 전망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초기 IBM의 경영자인 토머스 왓슨도 컴퓨터는 전 세계에서 5대 정도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천공카드를 이용한 반 자동화 기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1970년대 PC 산업이 막 시작 할 무렵 PC산업에 대한 전망도 컴퓨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관적이었다. PC를 기술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였다. PC를 장난감 수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최고의 컴퓨터 회사인 IBM은 PC시장 진출을 미루었다. 나중에 PC 시장 진출 때 가장 핵심 기술인 CPU와 운영체제를 외주를 주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괴물을 만드는 우를 범했다.

PC에 대한 정확한 전망으로 황제가 된 빌게이츠도 인터넷의 발전은 예측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90년 대 후반까지도 빌게이츠는 인터넷은 쓰레기여서 조만간 망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누구나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정보는 신뢰성이 부족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쓰레기장에서 보석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인터넷에 대항하기 위해 MSN 라는 별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항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인터넷에 들어 와 MSN.COM으로 역전을 노렸으나 이미 늦었다. 이때의 실수로 현재까지도 인터넷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쉽은 크지 않다.

2000년 이후 긍정적 전망이 대세가 되었다 1990년대를 넘어 21세기가 된 후 세상을 이끌어 가는 주인이 IT가 되자 과거 부정적 전망을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긍정주의자가 되었다. 수 많은 긍정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대해서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빌 게이츠가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한 산업은 전자 책 산업이었다. 1999년에 그는 ‘생각의 속도 (Business the speed of thought: using a digital nervous system)’라는 책까지 쓰면서 조만간 종이가 종말하고 디지털이 종이를 대신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언론을 통해 전자책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겠다고 발표도 하였다. 당시 국내외 많은 업체들이 당장이라도 종이책이 줄어 들고 전자책이 대세가 될 것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며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였다. 조만간 사무실에서 종이가 사라 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근까지도, 많은 전문가들이 당장이라도 대세가 될 것처럼 전망했던 많은 기술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서 우리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 기술들이 많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자 많은 전문가들이 증강현실이 대중화 될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아직도 성공한 증강 현실 서비스가 없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 클라우드 서비스는 정말 대세였고 수 많은 세미나가 열렸다.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업적으로는 의미가 없어 아직 클라우드를 통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업체는 찾아 보기 어렵고, 다음카카오처럼 수백억의 손실을 내고 서비스를 접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CRM이 큰 돈을 벌어 줄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별 성과가 없자, 개념을 다시 포장 해 빅데이터란 이름으로 큰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낸 업체는 찾기 어렵다. M2M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별 소득이 없자 IoT라는 이름으로 재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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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해독 능력을 벗어난 일인지 모른다. 전문가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IT 전망이 유독 많이 틀리는 이유는 IT는 다른 산업과 다르게 응용 가능성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 단점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하면 컴퓨터로 간단하게 이를 극복할 새로운 기술과 방안을 누군가 만들어 해결한다. 누군가 기술의 우위를 주장하며 곧 시장을 바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기에 우리의 기대를 종종 배신한다.

수 없이 쏟아지는 IT 전망에 대한 기사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년 운세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적중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 하는 것이다. IT 전망은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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