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테일테크의 주요 트렌드

전문가 칼럼입력 :2015/12/09 14:21    수정: 2015/12/09 14:28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운 기술 변화는 더 이상 ICT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웨어러블과 Io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기기와 융합되고 이종 산업에 침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하던 전통 산업의 강자들도 이제는 ICT 기술을 기존 시스템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영역이 유통 산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그들은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월마트나 베스트바이, 타겟 등과 같은 해외의 대형 유통 기업들은 빠르게 사업을 정비하며 ICT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유통 산업에서 사용되는 ICT 기술을 리테일테크(Retail Tech 또는 R-Tech) 라고 한다.

국내 유통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그룹은 작년말부터 옴니채널 9개 실행 과제를 선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머스를 강화하고 있고 AK플라자, GS 25, 홈플러스 등도 각자의 옴니채널 전략을 수립한 상태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2015년 한해 동안 유통 업계가 보여준 주요 트렌드를 정리하여 리테일테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째, 모바일 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10월의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조2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온라인 커머스에서 47.9%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G마켓의 2015년 상반기 모바일 매출 비중은 47%이며, 2015년 10월 위메이크프라이스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모바일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어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정보 비교를 하는 크로스 쇼퍼(Cross Shopper)가 많으며 유독 모바일 결제의 비중이 높은 것은 국내만의 특정이다. 이것은 커머스 사업자들이 모바일 전용 쿠폰을 많이 발행한데다가 각종 규제때문에 PC에서 결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비콘에 대한 뜨거운 기대

국내외를 막론하고 리테일 테크의 뜨거운 감자는 '비콘(Beacon)'이다. 샵킥(Shopkick)이나 스월(Swirl)과 같은 비콘 기반의 마케팅 플랫폼이 성장하고 구글은 '에디스톤'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플래닛의 ‘시럽’, 열두시와 아이팝콘이 공동 개발한 ‘얍’ 등과 같은 ICT기업이 시장을 개척했고 유통업계에서는 자체 비콘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하여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비콘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201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에 대한 검증이나 큰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을 사업자들이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블루투스를 꺼놓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인데다가 해당 오프라인 매장의 모바일앱이 설치된 비중도 높지 않다. 사용자에게 쿠폰이나 기본적인 공지 정도만 알려주는 것도 비콘만의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번째,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큐레이션

대형 포털이나 ICT 전문 기업들에게 한차례 광풍이 불었던 '빅데이터'가 리테일테크에서는 이제서야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고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유행처럼 등장한 '결정 장애’라는 단어처럼 고객들은 너무도 많은 상품 중에서 어떠한 것이 적합한 것인지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

이를 위해 유통업계에서는 개인별로 구매에 적합한 상품만을 걸러서 보여주는 큐레이션 기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가장 앞서 가는 서비스는 쿠팡이다. 쿠팡은 메인 페이지에 '연령대의 관심상품', '내가 본 상품의 연관상품' 등을 노출하고 있다. 아예 구독 기반의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미미박스나 글로시박스, 바이박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서비스에는 고객의 구매 행태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개인의 취향과 관심도를 알아내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사용된다.

네번째, MCN 커머스의 등장

빠르고 안정된 인터넷 인프라와 '아프리카 TV'를 필두로 한 개인 방송 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에서 MCN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대형 미디어 사업자들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한 몫을 했다. MCN이 어느 정도 트래픽을 만들어 내면서 자연스럽게 커머스를 통한 수익을 노리게 되고 있다.

아프리카 TV는 CJ오쇼핑과 제휴를 하여 본격적으로 커머스에 진출하였다. 양띵, 악어, 김이브, 잉여맨, 최고기 등과 같은 스타 BJ들을 영입해 자체 쇼핑몰을 오픈하는 사례도 있다. 우먼스톡과 같이 전문 커머스 사업자들이 거꾸로 MCN으로 뛰어드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7월에 T커머스를 인수하여 신세계티비쇼핑을 만들기도 했다. MCN를 비롯해서 미디어를 전면에 내세운 커머스 시장은 젋은 층을 대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번째, 인스토어(In-store) 디지털 서비스의 증가

물리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는 전통 유통 기업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오프라인 매장에 배치시키고 있다. 대형 쇼핑몰에 기본으로 배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가상 피팅룸(Fitting Room), 투명 LED, 얼굴 인식 CCTV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에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인공지능 로봇이 식품관 주변에서 입점 식품 브랜드와 매장 위치, 메뉴 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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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러한 고정형 디지털 기기들로 고객들의 매장 내 이동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편의성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가 서비스나 매장내 업무 효율화 위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의 미아 방지 스마트 밴드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맥도날드의 셀프 오더 키오스크,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무인 계산대(SCO, Self Check-Out)등은 이러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이미 ICT 기술과 서비스는 유통업 깊숙히 파고들어 옴니채널 또는 O2O, 온디멘드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5년이 국내 리테일테크의 원년이라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성과가 나타나고 비즈니스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전통적인 유통 사업자들이 어떠한 전략과 기술을 가지고 순수 온라인 커머스에 대응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관전이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