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악과 디지털 뉴스, 작지만 큰 차이

데스크 칼럼입력 :2015/04/07 15:56    수정: 2015/04/07 16:1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난 해 화제가 됐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키워드 중 하나는 ‘에버그린 콘텐츠’였다. 흘러가버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두고 두고 볼 수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 한국처럼 휘발성 강한 기사가 판치는 현실에선 정말 새겨들을 충고였다.

느닷없이 에버그린 콘텐츠를 되뇌인 건 한 캐나다 언론사가 기사 낱개 판매를 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캐나다의 위니펙 프리 프레스(WPF)란 언론사가 아이튠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료화 정책을 적용한다는 뉴스였다.

언론사가 ’아이튠스형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것은 지난 해 5월 출범한 네덜란드의 언론 스타트업 브렌들에 이어 두 번째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렇다. 개인적으론 이런 실험들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주수익원인 광고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인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이런 얘길 했더니 다들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음악은 나름대로 건별 유료 모델이 성공하지 않았냐고 반문해봤다. 그랬더니 둘은 사정이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나도 ‘기사 건별 판매’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란 건 잘 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포털에 공짜 뉴스가 널려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힘들다. 대체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 강물 퍼내기와 뉴스 쏟아내기

위니펙 프리 프레스(WPF)의 ‘건별 과금’ 소식을 전해주는 니먼저널리즘랩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뉴스는 음악과는 다르다는 것. 이를테면 노래는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반면 기사는 한번 읽으면 그만이라는 것. 또 노래는 구매하기 전에 들어볼 수 있지만 뉴스는 일단 소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품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저 구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뭘까? 뉴스와 음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뭘까? 음악은 건별 판매가 되는 데 뉴스는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찾아낸 것은 ‘에버그린 콘텐츠’였다. 음악은 두고 두고 들어도 맛이 더해가는 반면, 뉴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뉴스는 휘발성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뚝 떨어진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기자들은 매일 바쁘게 생활한다. 여기 저기서 터지는 이슈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매일 하는 일들은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하루 지나고 나면 생명을 상실하는 게 태반이다.

그보다 더 큰 한계도 있다. 텍스트는 있는 데 콘텍스트가 실종된 기사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난 이런 상황을 '강물 퍼내기'에 비유한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에서 정신 없이 물을 퍼내지만, 정작 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지는 잘 모르는 상황. 상류, 중류, 하류 등에서 따로 따로 물을 퍼내고 있기 때문이다.

■ 왜 음악은 되는 데 뉴스는 안 될까

물론 콘텐츠를 잘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유료 상품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대체재가 없어야 할 뿐 아니라, 구매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왜 음악은 되는 데 뉴스는 안 되는 걸까?”란 질문을 한번쯤 던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답을 찾는 건 쉽지 않지만, “이러면 안 된다”는 출발점을 발견할 순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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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을 맺자. 난 브렌들과 위니펙 프리 프레스의 ‘아이튠스 모델’ 실험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이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사도 ‘흘러가는 강물’의 한 부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때론 강물의 전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하고, 또 때론 그 강물이 어느 쪽으로, 어떻게 흐르는지도 진단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언제나 푸르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도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