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시장, 슈퍼차이나 파워의 실체

전문가 칼럼입력 :2015/03/17 09:07    수정: 2015/03/17 10:07

최규헌
최규헌

중국 IT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요즘이다. 중국 회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하드웨어 시장에서만 잘나간다는 고정관념도 무너진지 오래다. 실리콘밸리의 상징처럼 통하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분야서도 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아마존과 이베이를 뛰어넘는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세계 온라인 게임 업계의 큰 손이 된 텐센트,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가 대표적이다. 기업 가치만 놓고보면 주요 글로벌 IT업체들에 크게 밀릴게 없는 수준에 올라섰다.

인터넷 분야에서 중국 IT 업체들이 단기간에 강력한 존재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중국이 갖고 있는 엄청난 내수시장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호막 아래 성장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기업들이 이른바 만리장성 방화벽(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막혀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는 사이 바이두와 같은 검색 기업은 중국 최고 검색과 포털 사이트에 등극했고, 텐센트 위챗은 글로벌 메신저로 부상했다.

두번째는 해외 상장이다. 10억이 넘는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성장한 인터넷 기업들의 다음 행보는 해외 상장이었다.

텐센트는 홍콩을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미국 증시를 선택했다. 요즘 미국 증시 상장 기업들을 살펴보면 유독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많다. 중국의 현재 금융환경에서 인터넷 기업이 투자 받기가 쉽지 않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 회사들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세번째는 인수합병(M&A)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거대한 시장과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갖게 되면서 기술에 갈증을 느꼈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 사냥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게임 업계의 큰 손이 된 텐센트이다. 텐센트는 세계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만든 미국 업체 라이엇 게임즈 주요 지분을 인수하는 등 될 성 싶은 기업들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중국 인터넷 공룡들의 기업사냥은 아시아, 미국, 러시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연구개발(R&D) 투자에 있어서도 중국 회사들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글로벌 IT시장의 패권이 걸린 격전지로 꼽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바이두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2014년은 바이두의 야심만만함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구글의 홈그라운드인 미국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웠고 수장에 구글 출신으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 교수를 영입했다. 이후 인공지능 분야에서 바이두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하드웨어 시장 역시 중국 회사들의 기술 수준은 높다. 화웨이 파워의 핵심 중 하나도 바로 R&D 투자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부터 전세계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기업 문화 측면에서도 중국 회사들은 글로벌에 걸맞는 DNA를 지녔다. 레노버의 경우 IBM PC 및 서버 사업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서로 다른 거대 기업이 한 살림을 꾸리는 경우 시너지가 나기보다는 조직이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회사가 미국 회사를 인수한 경우라면 문화적인 충돌은 더욱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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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려일 뿐이었다. 레노버는 창의적인 미국 기업문화와 효율적인 중국식 기업문화를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독자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레노버가 갖고 있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수합병과 기업운영 능력은 한국은 물론 북미나 유럽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량이다. IBM PC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레노버는 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업체로 올라섰다.

거대한 시장과 자금 그리고 M&A를 통한 기술력까지 갖고 있는 중국 IT회사들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거대한 태풍으로 부상했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중국 회사들을 한국 기업들을 쫒아오는 추격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IT강국'이라는 한물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중국 회사들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규헌 IT컬럼니스트

글로벌 기업에서 전세계 30여개 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실리콘밸리와 협업하여 오픈 이노베이션팀에서 신사업 기획 등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이징, 텐진,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도 수십 회에 걸쳐서 프로젝트를 한 경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중국 IT 기업들의 고속 성장의 비결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담은 '붉은별이 온다'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