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버는 후퇴했지만, 그들이 남긴 교훈은?

기자수첩입력 :2015/03/10 15:57

공유경제·기술혁신 등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온 ‘글로벌 무법자’ 우버가 갑자기 순한 양처럼 돌변했다.

불법 유상운송행위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온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하고, 고급 콜택시 서비스인 ‘우버블랙’ 마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운행하겠다고 발표한 것.

뿐만 아니라 우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신고 절차를 완료하는 등 서울시와 택시조합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택시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국회에서 유사택시 운송사업 알선행위를 막는 법안심사를 앞두자 현재의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가식적인 발표”라면서 우버의 한국 시장 완전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불법 논란에도 서울시와 택시조합을 비판하고 서비스를 강행해온 우버가 돌연 이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니 반가움 대신 의심의 눈초리가 앞서는 게 당연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신고포상제 조례안이 발표되자 “서울시가 택시 조합의 압력에 굴복했다”, “택시조합의 강력한 로비로 한국 정부의 정치인들이 우버를 퇴출시키려 한다” 면서 서울시와 택시조합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우버다.

신고포상제 시행 후에도 벌금 대납까지 자처하며 서비스 강행 의지를 보였던 우버가, 또 지난 달 간담회를 통해 ‘기사등록제’를 제안했던 우버가 핵심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접고 우버블랙마저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겠다고 하니 더욱 의아하다. 우버가 논란이 됐던 서비스를 접고, 우버엑스를 최근 무료로 전환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우버의 발표대로 현행법에 따른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지만, 택시업계로서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무법자인 우버가 왜 적지 않은 승객들에게 지지를 받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불친절·승차거부·난폭운전 등 고객인 승객들을 등 돌리게 한 고질적인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기득권이 쌓아놓은 장벽에 금이 가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 택시 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제2, 제3의 우버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의 위협이 우버 퇴출 하나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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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결국 후퇴로 끝났지만, 법망을 벗어나지 않고 보다 치밀하게 시장 진입을 꾀하는 기업이 등장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소비자의 마음은 금세 움직일 것이다. 심지어 현행법을 무시하며 시장에 진입하려 한 우버가 적지않은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법질서를 깡그리 무시한 기술 혁신도 안 되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트렌드를 무조건 틀어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우버는 보다 합리적인 태도를 갖추려는 노력을, 택시업계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