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데스크 칼럼입력 :2014/12/18 09: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00년대 초반의 히트 용어는 '닷컴'이었다. 제 아무리 구닥다리 같은 업종이라도 뒤에 ‘닷컴’만 붙이면 곧바로 첨단 냄새를 풍겼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터넷 사업을 성공하려면 회사명 뒤에 닷컴을 붙이면 된다는 조크를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5년 쯤 뒤. 이번엔 웹 2.0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너나할 것 없이 2.0을 외쳐댔다. 닷컴 몰락을 견뎌낸 비결이란 그럴 듯한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구글, 아마존 등이 '무차별 닷컴 몰락'을 이겨낸 맷집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다. 참여, 공유, 개방이란 멋진 해답까지 나왔다. 2.0이 나오자 이번엔 3.0, 4.0도 곧바로 이어졌다.

순진한 기자는 그 무렵 ‘웹 2.0의 비밀’을 탐구하겠단 열망 하나로 하루 종일 강의를 들은 적 있다. 진짜 오랜 만에 뜨거운 향학열에 사로잡혔다. 대체 비결이 뭘까?란 호기심이 생각보다 강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수 많은 ‘웹 2.0 전문가’들의 명강의를 들으면서도 딱 부러진 해답은 찾아낼 수 없었다. '용어 인플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내가 첨단 흐름을 잘 따라잡지 못한 탓이었을 것이다.

요즘의 화두는 핀테크인 것 같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을 융합한 서비스를 의미하는 최첨단 용어다. 애플, 구글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연이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쯤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자. 기자는 아직 핀테크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애플, 구글을 비롯한 IT 강자들이 왜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 진짜 타깃은 결제 수수료가 아니라 생태계 단도리 전략이란 설명에만 귀 기울였을 따름이다. 특정 회사 결제 수단을 한번 쓰게 되면 다른 업체 제품으로 쉽게 갈아타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핀테크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번 읽어봤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결제, 송금, 예금, 대출 같은 각종 금융 서비스를 간편하게 처리하는 기술이란 설명. 여전히 확 와닿질 않는다.

그래서 요즘 내 머리를 때리는 궁금증은 왜 핀테크일까?란 질문이다. 단순히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는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왜 핀테크를 고민해야 하는가?란 존재론적인 성찰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안다. 그건 비즈니스를 하는 쪽의 몫이 아니란 사실을. 좋다. 그렇다면 핀테크를 논하는 수 많은 연구자들 중에 누군가가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면 실마리라도) 던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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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갑자기 핀테크가 각광받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속시원한 '존재론적 성찰'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왜 핀테크인가란 이용자들의 질문에 속시원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내 투정을 '아날로그적 한계를 벗지 못한 기자의 넋두리'라고 폄하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