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뉴스 폐쇄와 '링크 저널리즘'의 종말

데스크 칼럼입력 :2014/12/11 16: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웬만한 사람은 한번쯤 접했음직한 마샬 매클루언의 오랜 금언이다. 10여 년 전 인터넷신문 관련 책을 한 권 쓰면서 저 금언을 살짝 비틀어 “인터넷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확장이다”고 주장한 적 있다.

당시 내가 주목한 인터넷 미디어의 확장 기능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멀티미디어와 링크다.

난 멀티미디어는 ‘형식의 확장’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링크는 ‘내용의 확장’이라고 봤다. 링크가 종이책의 각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스페인에서 '구글 뉴스'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10여 년 전 멀티미디어와 링크를 갖고 고민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굳이 링크 할 때마다 돈을 내라는 쪽이나, 그렇다고 아예 서비스 자체를 접어버리는 쪽이나 너무 감정적으로 치닫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 얘기를 해보자.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페인 의회는 법을 하나 통과시켰다. 구글 뉴스에 내용 뿐 아니라 제목이 걸릴 때마다 서비스 운영업체인 구글이 해당 언론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규정이었다. 또 어길 경우 75만 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의 새 법은 내년 1월부터 공식 적용된다. 구글이 12월 16일을 기해 스페인에서 구글 뉴스 서비스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구글은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구글 뉴스에서 모든 스페인어 뉴스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아예 구글 뉴스에선 스페인어로 된 모든 언론사 콘텐츠들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 굳이 구글세 내라는 쪽이나, 그렇다고 폐쇄해버리는 쪽이나…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페인 언론이나 구글 모두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 의회가 ‘구글세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을 마련하게 된 건 편집인협회의 압박 때문이었다. 언론들은 구글 뉴스에 링크될 때마다 ‘권리금’을 받겠다는 과욕을 부렸다. 트래픽 증가란 무형의 자산 못지 않게 ‘실질적 수익’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스페인 언론사들이 인터넷 경제에서 링크가 갖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부분이 못내 아쉽다.

구글의 행보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물론 구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구글 뉴스는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까지 내면서 서비스를 유지하긴 힘들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구글 뉴스는 단일한 상품이 아니다. 구글의 다른 서비스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단순히 “수익도 못 내는 구글 뉴스 갖고 왜들 시비들인가?”란 반응을 보일 처지는 아니란 얘기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들이다. 익숙하게 사용해 오던 서비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경우 겪게 될 불편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게 더 문제란 얘기다. 하루 아침에 공적인 플랫폼을 폐쇄해버린다는 건 지나치게 무책임한 처사란 생각이 든다.

다시 앞에서 하던 얘기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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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터넷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확장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인터넷 미디어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링크 역시 공유경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 부분이 '공유경제 시대' '상생 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다 건너 저 먼 곳에서 벌어진 ‘구글 뉴스 폐쇄’ 사건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