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뉴스가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

모바일 바람으로 소비행태 변화…공유가 더 중요

데스크 칼럼입력 :2014/11/20 15:27    수정: 2014/11/21 15: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상당수 뉴스 제작자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 라디오 뉴스의 베테랑이었던 이들은 화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면까지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목소리만으로 소식을 전해 왔던 이들은 동영상이란 선물을 부가적인 요소 정도로만 치부했다. 그러다 보니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된 뒤에도 라디오 뉴스의 문법이 여전히 지배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11년 전에 쓴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 서문 첫 구절에 담았던 내용이다. 당시 난 서문을 쓰면서 미셸 스티븐스가 쓴 '뉴스의 역사'에서 읽었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텔레비전 뉴스로 전환한 뒤에도 여전히 라디오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자들의 모습. 그래서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첫 저서의 서문을 시작했다.

물론 서문을 저렇게 시작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저 책에서 다뤘던 인터넷신문 역시 여전히 종이신문의 기사 문법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담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나 역시 여전히 종이신문의 문법 세계에서 헤매고 있었다.

■ NYT가 1면 신경 쓸 때 '공유' 고민하는 매셔블

케케묵은 11년 전 풍경을 떠올린 건 어제 오늘 접한 두 가지 자료 때문이다. 하나는 지난 해 뉴욕타임스 부국장을 그만두고 IT 전문 매체 매셔블에 합류했던 짐 로버트 인터뷰 기사. 또 하나는 미국인들의 모바일 기기 이용 시간이 사상 처음으로 TV 이용 시간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다.

짐 로버트 얘기부터 해보자. 매셔블 편집장인 로버트는 최근 몇몇 캐나다 기자들과 좌담회를 했다. 전통 언론 고위 간부에서 온라인 미디어 편집장으로 변신한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이 좌담회에서 로버트가 한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뉴욕타임스가 1면 편집을 신경 쓸 때 우리는 공유될만한 뉴스를 찾는다.는 얘기였다.

이어지는 그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매셔블은 메인 페이지 편집은 자동 알고리즘으로 처리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기준은 있다. '공유(sharing)'란 가치를 최우선에 놓고 편집한다는 것. 그는 기자들에게 늘 친구나 가족들이 공유할만한 뉴스인지 따져보라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이제 사람들이 뉴스를 찾아다니는 시절은 끝났다. 이젠 뉴스가 독자들을 찾아가야만 한다. 그게 현실이다. 올초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홈페이지 트래픽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선언한 것 역시 따지고보면 더 이상 독자들은 언론사의 문법에 따라오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다 아는 것처럼 ‘모바일 바람’ 때문이다. 절대 다수 독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이젠 SNS로 공유되는 것들이 이슈를 주도하는 쪽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 미국인 모바일 기기 소비, 사상 처음으로 TV 추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가 오늘 발표됐다. 플러리가 발표한 미디어 소비행태 관련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모바일 기기 소비 시간이 사상 처음으로 TV 시청 시간을 넘어섰다.

구체적인 수치도 나와 있다. 미국인들의 모바일 기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77분. 반면 TV 시청 시간은 168분에 머물렀다. TV 시청시간이 지난 해와 똑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동안 모바일 기기 평균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5분이나 늘어났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TV가 처음 등장하던 무렵 수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변화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과거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고수했다. 기술 발전은 축복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것’ 쯤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이젠 모바일이 뉴스 소비 플랫폼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절반 이상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뉴스를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다수) 뉴스 생산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독자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익숙한 것들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뉴욕타임스가 독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때 한 20대 여성이 한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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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중요하면 이제 그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If the news is important, it will find me.)

많은 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게 모바일 시대 뉴스 소비자들의 솔직한 사고 방식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독자들의 이런 요구를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