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국내 기업 두 번 죽이는 일

기자수첩입력 :2014/10/08 13:17    수정: 2014/10/08 13:17

‘카톡 검열’·‘사이버 망명’ 논란들이 연일 인터넷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만든 검찰이 인터넷 공간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불신이 어떤 해명과 설득에도 가시지 않고 있는 것.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로 몸살을 앓아온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의 갑작스런 사이버 전담수사팀 신설 소식이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을 ‘권력의 하수인’ 정도로 평가절하 시켰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카톡 검열 이슈로 번지고, 반사이익을 얻은 텔레그램 메신저가 뜨는 기이한 현상도 결국 정부의 섣부른 판단과 행동 때문이다. 검찰이 마치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처럼 국민들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들여다보고 재단하겠다고 하니 국경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망명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이버 검열논란은 글로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큰 치명타가 되고 있다. 자국내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역차별로 더 큰 곤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카톡 검열 논란에 다음카카오 측의 대응에도 실책은 있었다. 사용자들은 회사 측에 끊임없이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해줄 철학을 갖고 있느냐”를 간접적으로 물었다. 서버에서의 대화 내용 저장 여부를 묻고, 암호화를 요구한 건 그 다음 문제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한동안 침묵했고,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한바탕 지나가는 소동쯤으로 여기고 가볍게 대한 것이다. 시간이 지난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뒤늦게 대화내용 저장기간 단축과, 사생활 보호 기능 등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진정성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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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요구로 충분히 지쳐있다. 국민들은 또 그들대로 혹시나 나만의 사적인 의사소통 공간이 외부로부터 침범 당하지는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발생하자, 누리꾼들이 사이버 망명길에 오르고 있는 이유다.

텔레그램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망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하고 사라질지 모른다. 문제는 학습효과가 가져올 소리 없는 사이버 망명을 막을 방도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민감한 시기, 정부도 기업도 민감하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