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로 무너지는 초단타 매매 시스템 구축 장벽

전문가 칼럼입력 :2014/09/11 16:26    수정: 2015/10/19 11:40

김호광 gameworker@gmail.com

19세기 초부터 시카고 강가는 미국 중서부 농경지에서 산출되는 곡물의 주요 거래 시장이 되었다. 곡물이라는 것이 가을이 되면 가격이 폭락하고,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가격이 치솟아 농민들은 곡물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848년 시카고 사우스 워터 스트리트에 곡물의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 선물 거래소가 세워졌다. 이를 통해 곡물 매매자들은 이른 봄에 가을에 수확할 곡물 가격을 정해서 농민들에게 안정된 고정 마진을 보장했고, 곡물 중계상들은 곡물 가격 변동을 줄여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1970년대, 선물 옵션 공식인 블랙-숄스로 인해, 미래에 대한 현물과 주식의 리스크에 대한 계량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1973년 CBOE(Chicago Board Option Exchange:시카고옵션거래소)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선물거래소에 담긴 이같은 발상은 시장 자율에 맞기되, 합리적인 가격 보장이라는 청교도적인 시장 윤리가 미국 사회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에서는 21세기이지만 가을철만 되면 무우와 배추 파동이 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산지 가격은 폭락했지만 도시에서는 여전히 고가가 팔리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유통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전에 이전에 한국의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가 방법을 찾아야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도 벤처붐이 꺼지고 시장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자 2000년대 중반,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확률적으로 많은 횟수를 투자하면 손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과 미국 시카고의 인터넷 회선 속도 차이로 인해 한국 사람은 미국 내 시장 참가자보다 매매 결과를 늦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카고의 스튜디오 아파트와 원룸에는 한 집 건너 한국인 트레이더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살아갔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대박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초단타 매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좋은 인터넷 회선과 고성능 컴퓨터다. 한국인 트레이더들은 경쟁 상대가 사람 손으로 트레이딩하는 줄 아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세상물정을 몰랐다. 이미 미국의 투자 은행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슈퍼 컴퓨터와 좋은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해서 투자하는 것이 당시 주류 트렌드였다.

미국 트렌드는 최근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구현된 기계 학습(ML)으로 뉴스 기사와 차트를 분석해서 자동적으로 초단타 투자를 하는 솔루션 개발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에서 증권 거래소 전산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콤은 초단타 매매가 가능한 새로운 전산 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 (EXTURE+) 를 오픈했다. 코스콤은 기존 증권 시스템과 달리 리눅스를 이용하여 초단타 매매(HFT)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통신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서버간 통신에 속도가 빠른 인피니티 밴드 기술을 사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역시 서버 통신 속도 향상을 위해 인피니티 밴드(40Gbit/s InfiniBand)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버추얼 머신을 선보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HFT(high frequency trading, 극초단타 매매)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한국거래소에서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인피니티 밴드를 이용하고 고성능 슈퍼 컴퓨터를 기반으로 초단타 매매를 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만이 가능하다. 가능한 지역을 꼽으라면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이다.

HFT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서버 엔지니어와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이런 물리적인 제약과 시스템 인프라를 가상화했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대규모 인력을 모집해 구축해야했던 진입 장벽은 이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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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통찰력과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예전 같으면 시스템 셋업까지 수십 억원이 소요된 인프라를 이제 월 수 백만원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구축할 수 있다.

우리가 차별화해야할 것은 시장 참여자보다 좋은 아이디어와 좀 더 풍부한 자본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인피니티 밴드 지원 서버가 있다면 환투기(FX), 니케이 200, 개별 주식 선물, 원유 선물 등에 투자하는 HFT 프로그램을 이제 개발할 준비가 됐다고 볼수 있다. 개인이 이제 미국의 헤지펀드나 투자 은행처럼 1인 금융 기업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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