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네이버가 되었나

전문가 칼럼입력 :2014/08/28 08:57

조중혁
조중혁

IMF로 정신이 없던 1998년, 한국 사람들은 IMF 구제금융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적 투표를 통해 정권을 바꾸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경험을 했다. 경제적으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 같은 대기업이 하루에도 몇 개씩 무너지는 충격적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해는 유난히 기억할 것이 많았다.

그 해 겨울, 11월 23일 우연히도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인터넷 업계 종사자들의 커뮤니티인 ‘인터넷 마케팅 포럼 (IMF) ‘에 앞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게시물 하나가 올라 왔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생산과 편집하고 이를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견이었다. 현재, 네이버 회사 소개를 보면 1999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는 정식 출시 전 삼성SDS 내 실험실에서 다양한 검색 정책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이 중 검색 결과를 생산과 편집 후 메인페이지 노출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었다.

특히, 이 사용자는 메인 페이지에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정보를 올려 놓은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 게시물이 더욱 의미 있었던 이유는 후에 네이버컴(주)을 창업하게 될 이해진 의장이 직접 답변을 하며 토론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해진 의장은 메인 페이지에 아무것도 노출하지 않는 것 보다는 서비스하고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좋다고 판단했고, 미국 개인화 사이트인 MY Excite를 참고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노출한 이유는 본인이 속해 있는 삼성SDS를 노출하려고 했으나 아직 상장되지 않아서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노출했다고 답변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친절한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담당자가 직접 답변을 하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회원도 네이버의 정책을 이해한다며 회신을 달았고 이내 곧 다른 회원들도 네이버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커뮤니티 안에서 네이버의 정책이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검색은 인터넷 전체의 정보를 기계적으로 빠르게 수집 해 편집 없이 바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일반적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 1위 검색 사이트였던 알타비스타가 이런 분위기를 이끌었다.

알타비스타는 서버용 칩을 제조하던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에서 자신들이 만든 알파칩의 성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였다. 무한할 정도로 많아 보이는 인터넷 페이지를 빠르게 수집 한 후 검색 결과를 빠르게 보여 주는 것이 그들이 가진 서버 칩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알타비스타는 회사 홈페이지에 서브 도메인(http://altavista.digital.com )을 따서 서비스를 했다.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메인 페이지에 로고와 검색 창 외에는 아무것도 노출하지 않으며, 검색 결과를 편집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런 전통적인 검색 서비스 방법을 버리고 검색에 생산/편집/운영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인터넷 업계 종사자 모임에서 그들의 정책에 대해서 우호적인 반응을 확인 한 네이버는 이후 검색 결과를 더욱 많이 생산과 편집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메인 페이지에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알고 있든 것처럼 대 성공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이런 정책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만들었다. 검색 회사를 표방하지만 검색 기술이 없다는 기술적 비판은 자존심에 관한 문제로 참아 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인터넷 생태계를 죽인다는 논란은 네이버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는 무시 할 수 없는 비판이었다. 편집과 운영에 집중하며 검색 사이트 본연의 목적인 타 사이트 검색에 소홀하다 보니 사용자가 다른 사이트로 이동 할 기회를 차단했고, 네이버 안에서만 머무르는 결과를 만들어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성숙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독과점 논란, 중소기업 상생 분위기와 함께 네이버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환부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네이버가 변화하려고 하고 있다. 8월2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그 동안 검색 결과를 편집, 운영하는 것을 넘어 검색 본연의 목적인 웹검색을 강화하기 위해서 수집과 랭킹, 색인, 플랫폼까지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창업 이후 15년 이상 이어오던 검색 전략을 일부 변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네이버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정부와 사회적 압박 외에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인터넷 환경 때문이라고 판단 된다. 국내 사용자들의 눈 높이가 네이버 운영진이 생산하거나 네이버 안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만을 가지고 만족 할만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국내 사용자의 상당수가 네이버의 지식인, 카페, 블로그를 벗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SNS에서 콘텐츠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현실은 치명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SNS의 영향력 확대 등의 이유로 불안을 느끼는 검색 업체가 비단 네이버뿐만은 아니다. 해외 많은 전문가들은 검색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고 이 때문에 검색 황제인 구글의 주가도 불안하다. 최고치에 비해 20% 정도 빠졌다가 지금은 안드로이드, 구글 글래스, 구글 드라이브 등 검색 이외에 혁신적인 서비스로 점차 회복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검색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현재의 검색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한 다음에 검색을 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해외 검색 전문 업체들이 바라보는 검색의 미래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알려 주는 검색이다. 앞으로 검색은 알아서 우리를 도와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그것이 검색이라는 것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냥 내가 최적의 판단을 해 행동 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조언을 해 주는 정보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검색을 오토노머스 서치 (autonomous search, 자율적 검색)라고 부르고 있으며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통해서 실험하고 있다. 구글을 작은 벤처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전 CEO인 에릭슈미트는 2011년 4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obile World Congress)에서 ‘스마트폰은 우리를 계속 추적 할 것이고 길을 가다가 어떤 제품을 사라고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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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목표가 ‘내가 내일 무엇을 하면 될까요?’ 혹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해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웹검색 강화는 늦은 감이 있다. 늦었지만 국내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가져 올 수 있기에 환영한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검색 고도화 기술에서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이용자에게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기는 발판이 되기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