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최강자 아마존의 이면

전문가 칼럼입력 :2014/06/16 16:34    수정: 2014/06/18 18:23

김승열
김승열

한국에서 아마존(Amazon)은 어떠한 이미지를 가진 기업일까? 아직 정식으로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주로 해외에서 직구나 전자책을 구매하는 얼리어답터,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사용하는 스타트업 기업들, 그리고 해외 시장에 밝은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투영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을 통해 형성된 아마존의 이미지는 기술 기반으로 유통 혁신을 만들어 내고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며 수직통합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플랫폼 사업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잡음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자료만 검색해 보아도 아마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영국의회는 아마존이 세금 회피를 하고 있다며 소비자 불매 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임금협상에 실패하면서 베르디노동조합(Verdi union)이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미국 직원들의 노동조합 결성 요구를 묵살하면서 노동부로부터 실태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카리스마의 제왕으로 칭송받고 있는 제프 베조스는 국제노총(ITUC)의 온라인 투표에서 최악의 CEO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좋은 평가만 받는 기업이란 존재하지 않고 몇가지 평가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아마존이 만들어내는 최근의 잡음은 유별나고 의미하는 바가 있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영업해 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어떠한 경쟁사보다 빠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해 왔다. 쇼핑몰 뿐만 아니라 전자책이나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어 온 아마존의 독특한 사업철학이기도 하다. 기기를 판매할 수록 손해를 보지만 컨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킨들 시리즈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철학때문이다. 국내의 저명한 인사들이 아마존에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러한 모습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객의 가치'가 너무 극대화되고 단편적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부가 가치 중심의 일방향으로 이루어진 스트림을 뜻하는 가치사슬의 시대에서는 최종 소비자인 고객의 권익이 이러한 문제를 모두 잠재울 수 있었다. 덕분에 앱스토어와 같은 파괴적 혁신과 수직통합과 같은 플랫폼 전략이 등장할 수 있었다. 사업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 안에 있는 생태계 구성원들의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가 서서히 잡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의 가치’ 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나 돌아봐야 할 것이 있는 법이다. 생태계 구성원이 생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고객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의 가치는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적절한 가격이 되어야 하고 ‘적절한 가격’은 생태계 구성원과 건전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플랫폼 사업자는 생태계가 아닌 가치사슬의 수준에 멈춰있었다. 플랫폼 사업자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객체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기존의 ‘갑’과 다를게 없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점의 대표적인 사업자이기도 하다. ‘고객의 가치’를 위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아마존을 위하여 일하는 종업원을 돌보지 않고 있고 국가 시스템을 무시하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프랑스 출판사 ‘아셰트(Hachette)’와의 갈등은 아마존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마존은 아셰트측에 전자책 수익배분율을 낮추고 마케팅 비용을 늘일 것을 강요했고 일부 도서의 할인까지 요청을 했다. 아셰트가 거절을 하자 실질적으로 아셰트 도서 판매를 중지시켜 버렸다.

아마존이 출판사와의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도 맥밀란(Macmillan)와 비슷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고객의 가치'라는 논리에 맥밀란이 아마존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생태계 구성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패터슨나 맬컴 글래드웰와 같은 영향력있는 작가들이 나서서 아마존을 비판하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와 유사한 갈등을 추가로 만들자 문제가 영화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들의 콘텐츠를 구매하기 원하는 고객들도 아마존에게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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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아셰트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공급자와 아마존 모두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을 강조하면서도 손익 계산은 여전히 가치사슬에만 멈춰있다면 그 플랫폼은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생태계의 시대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생태계 안의 다양한 객체들의 이익과 성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쫓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그 해석과 정의를 편협하게 해서는 안된다. 생태계 안에서는 당장의 할인율 못지 않게 양질의 콘텐츠가 적절한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아마존은 문제가 있는 갑질을 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단편적인 면만 강조하면서 ‘아마존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승열 IT컬럼니스트

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로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브라우저, 스마트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모바일 서비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문가 그룹(PAG)의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개인 블로그는 http://www.mobizen.pe.kr이며, 트위터는 @mobizenpekr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