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이젠, 뜨려면 IBM과 야후 배워라

전문가 칼럼입력 :2013/12/23 17:20    수정: 2013/12/23 17:21

조중혁
조중혁

우리나라 GDP의 30%를 차지하는 삼성 그룹. 삼성 그룹의 70%가 삼성전자이고, 삼성전자의 70%가 모바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이 국내 IT 업계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한다.

하지만  삼성 모바일 비즈니스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점점 그들의 본심을 드러내며 안드로이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삼성으로선 계속 구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삼성은 ‘바다’라는 운영체제로 실패 한 경험이 있다. ‘바다’ 실패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개발자 집단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삼성은 ‘타이젠’ 성공을 위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러브콜을 보내는 방법은 다소 시혜적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다.

오픈소스 진영을 상대 할 때 염두에 둬야하는 것이 ‘오픈 소스’ 진영의 특성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픈소스가 성장하기 시작하던 1990년대만해도 ‘자유 소프트웨어’ (free software)라고 이야기 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컴퓨터 산업 초창기인 1960년대와 1970년대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이때는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였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회사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개발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자유롭게 소소를 공유하며 발전 시키던 문화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정보의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 발생한 자발적 개발 문화 운동이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고, 이렇게 태어난 프로그램이 '자유 소프트웨어'이다.

하지만, 리눅스로 대표되는 자유 소프트웨어가 세상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언론이 ‘자유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언론은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정확한 회답을 받기 전 섣불리 ‘free’ 를 설명하기 복잡한 ‘자유’라는 단어보다 ‘무료’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에선 ‘무료’가 아니라 ‘자유’라고 쉽게 해명 할 수가 없었다. ‘자유’와 ‘무료’가 가장 민주적이면서 가장 반 시장적인 매우 정치적인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와 ‘아파치 재단’를 대변하던 ‘브라이언 벨렌도르프’ 같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리더들은 정치적 논쟁으로 흐를 수 있는 Free라는 단어보다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이 때 채택 된 용어가 '오픈소스' 였다.

이 후 언론에선 ‘자유 소프트웨어’ 아니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명침이 대세가 된다. 하지만, 자유 소프트웨어의 정신적 지주인 ‘리처드 스톨먼’이 세운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이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아직도 많은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의 리더들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앟는다.

이름을 바꾸는데 동의한 ‘리누스 토발즈’조차도 1998년 8월 그들을 소개했던 '포브스'의 ['평화', '사랑', '소프트웨어']라는 기사를 최고의 기사로 종종 이야기 할만큼 '자유'라는 단어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오픈 소스’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기술적 특성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 상당수는 '자유'라는 단어보다 '오픈소스'라는 단어에 집중 한다. 오픈소스를 무료로 가져다 쓰기 좋은 소스 정도로 생각한다. 삼성 역시도 비슷한 생각인 거 같다. 오픈 소스를 많이 가져다 사용했기 때문에 과거부터 우리는 오픈소스와 친밀하다고 생각한다. 오픈 소스가 무엇인지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때 오픈소스 진영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그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을 꿈꾸며 이 과정 역시도 평등과 자유가 보장 되기를 원한다.

IBM을 본 받아야 한다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의 특성을 잘 파악 해 소프트웨어 업계를 리딩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IBM이다. IBM은 MS와 오라클과 함께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를 이끌고 있다.

IBM은 컴퓨터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며 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위 IT 회사였다. 그들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IT의 상징이었다. IBM이라는 단어보다 ‘빅 블루’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이야기 되었다. 삼성 로고에서 'SAMSUNG'을 둘러 싼 파란색 타원형 원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IBM이 나온다.

현재 IT를 이끌고 있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CPU와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IBM의 하청 업체였다. IBM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자 마이크로소프트와 OS/2란 운영체제를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계약이 깨지자 OS/2를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을 응용 해 ‘윈도’를 만들어 OS 시장을 장악했다. IBM은 극도의 배신감으로 대규모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판결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날개를 달았고 IBM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 IBM은 새로운 도박을 시도했다. 자체 개발한 OS와 소프트웨어로는 도저히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길 수 없자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IBM이 처음으로 지원한 곳은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이었다. 아파치 재단은 비영리 단체로 웹서버를 만들기 위해 소스를 공개해 놓고 누구나 참여해 소스를 개선해가며 발전시키고 있었다. 당시만해도 순수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자발적 온라인 프로젝트를 IBM같은 세계적 IT 업체에서 지원한 사례는 없었다.

IBM이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을 지원한 이후 ‘아파치 웹서버’는 세계 1위 웹서버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이후, IBM은 리눅스의 최대 지원자를 자청했다.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최고급 서버에 리눅스를 공식 지원함으로써 리눅스를 세계적인 OS로 성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IBM이 리눅스를 지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리눅스는 컴퓨터에 특별한 취미가 있는 학생들이 대학교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OS로 취급받았다. IBM은 그 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던 자바를 인터넷 세상의 핵심 언어로 만들었다. 썬(SUN)은 자바를 만들었지만 IBM이 지원하기 전까지는 홈페이지에 작은 기능을 추가 할 수 있는 언어로 취급 받았다. 플래시가 급성장하면서 그나마 설 자리가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었다. 

썬은 자바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바의 많은 부분을 공개했지만 오픈소스 진영의 마음을 얻지 못 해 큰 발전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라이선스 승인 조건에 너무나 많은 요구사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진영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로만 보았다. 하지만 IBM은 달랐다. 자신들이 개발 중인 ‘웹스피어 스튜디오 애플리케이션 디벨로퍼(WebSpheare Studio Application Developer)’을 오픈소스로 공개 해 자바 개발툴인 ‘이클립스(Eclipse)로 발전 시켰다’. 당시 변변한 개발툴 조차 없어 ‘메모장’을 열어서 프로그램밍 하던 자바 진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

홈페이지에 액세서리 기능이나 만드는 언어로 취급받던 자바를 대형 서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성장 시켜 인터넷 시대 핵임 기술로 만든 이는 IBM이다. 자바의 서버 버전인 자바 EE의 상당수를 IBM에서 설계를 하였다. 현재 자바 진영에서 IBM은 썬보다도 더 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썬은 2009년 오라클에 인수되었다.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빼앗겼지만 기업용 서버 시장의 리더로 변신했다. 그들의 대형 컴퓨터와 그들이 지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정부, 금융, 대기업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빼 놓고 생각 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IBM의 낮은 자세를 배워야 한다

IBM이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며 수 많은 충성 개발자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그들의 자세이다. IBM이 이들 소프트웨어를 지원 할 때만 해도 이들 소프트웨어는 IT 세상 변방에 있었다.

아마추어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개발하고 있던 상태이기 때문에 평가도 낮았다. IBM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지원하겠다고 이야기 할 때만 해도 IBM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IBM이 적은 돈을 이용해 커뮤니티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았다.

IBM은 의혹에서 벗어나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장 낮은 일부터 하였다. 설명서 작성, 버그 테스트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 할 때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 하기 싫어하는 일부터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IBM은 개발 커뮤니티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 위해 리눅스를 지원 할 때는 그 흔한 자기 이름을 내건 배포판도 내지 않았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않기 위해서였다.

야후도 IBM과 비슷한 길을 걸어 가고 있다

무너져가는 야후도 최근 IBM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해 점점 광고 시장에서 지분을 늘리는 모습이다. 미래 가치도 높아졌다. 일반인들 귀에도 익숙할 정도로 최근 1~2년간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트렌드인 빅데이터, 그리고 빅데이터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하둡, 야후는 ‘하둡’의 실질적인 소유주이다.

하둡도 IBM이 처음으로 지원했던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에서 진행하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IBM처럼 묵묵히 오픈소스를 지원한 것도 비슷하다.

야후는 하둡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후 핵심 소스의 70%를 설계 후 공개했다. 자신들의 영향력에 두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솔선수범해 자신들의 시스템에 먼저 적용 한 후 문제점을 과감하게 공개해가며 발전시켜 전 세계 개발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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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자신들의 기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믿음의 바탕은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함께하려고 하면 스스로가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것을 망각해야한다. 걸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려 놓고 그들에게 곧 잊혀질 거 같은 슬픈 일부터 찾아서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한다. 제조는 기계를 움직여 만들 수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해야 만들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