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네이버, 옐프 그리고 플립보드 - 정보플랫폼 이야기-1

전문가 칼럼입력 :2013/12/24 10:03

최성호
최성호

정보 플랫폼은사용자가 정보를 스스로 검색해서 찾거나(pull) 메뉴나 정보를 미리 배치해서(push) 사용자들이 탐색(browsing) 할 수 있는 수단들을 제공한다.

이때 사용자가 정보를 잘 찾을 수 있게 '정보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를 잘 설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설계된 정보구조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잘 표현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적 요소가 같이 어울려서 정보플랫폼의 성격과 스타일이 결정된다.

그런데 정보 플랫폼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의도'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받아내느냐에 있다.

구글 펠로우(fellow)인 아밋 싱할(Amit Singhal)은 ‘검색하지 않고 검색하기’(searching without searching)를 미래 검색기술의 특징으로 꼽았다. 검색 창 앞에 앉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를 미리 알아서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이 사용자 기호, 취미 그리고 좋아하는 활동 등의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기기의 '폼펙터(Form Factor)'도 정보플랫폼 UX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넓은 화면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정보를 조밀하고 세세하게 배치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선 플립보드(Flipboard) 앱처럼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든 채 잡지 넘기듯 엄지손가락으로 좌우 위아래 넘겨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래서 PC에서 소비하기 좋았던 기존의 포털형 인터넷 정보 서비스들이 좁은 모바일 화면에서 어떻게 정보를 잘 보여 줄 것인가가 아직 숙제다.

플립보드는 매체 단위로 서비스를 구성하고 각 매체는 기사(article) 단위로 단순하게 소비하는 구조인 반면에, 포털형은 모든 정보를 집대성해서 주제 단위정도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부터 정보 구조 설계가 번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기기 폼팩터에 의해 거의 결정되고 결과적으로 폼펙터가 기기에서 소비하기에 적합한 콘텐트 유형을 좌우한다.

PC에서 출발한 킬러 비디오 서비스인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작은 화면에서 옹색하게 보기보다 크고 보기 편한 스마트TV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마트TV에서 두 서비스만의 사용 시간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다.

정보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정보를 탐색하는 시작점이다.

웹사이트의 경우 시작점은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 또는 시작 페이지라고도 불린다. 시작 페이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 요구를 정보탐색 출발점에서부터 어떻게 잘 받아내느냐가 최종 만족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작페이지에서 정보를 어떻게 잘 배치하고 다른 정보 소비 공간으로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 설계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나 구글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브라우저 시작페이지를 자사 홈페이지로 설정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다.

구글이 안드로이드OS 홈 화면에 검색창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먼저 배치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도돌런처 같은 모바일 홈 화면 꾸미기 앱도 사용자 접점의 가장 앞에 있으려는 시도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정보플랫폼의 승패는 무엇보다 보여주는 정보가 사용자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달렸다. 구글과 네이버의 가장 큰 차이는 '질 높은 데이터 확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있다.

네이버는 학술 정보, 병원 약국정보, 질병 정보 같은 신뢰도 높은 공공 정보들을 부지런히 수급한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보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질 높은 정보를 확보하려고 한다.

네이버는 블로그나 카페 그리고 지식인 같은 데이터를 검색 데이터(Corpus)로 바라본다. 따라서 블로그나 카페 플랫폼에서 좋은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한다. 블로그는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글이, 카페는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지식을 나누는 정보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통합검색은 동일한 검색어에 대해 이러한 '다양한 관점'의 정보들을 모아서 같이 보여 줌으로써 사용자가 의도에 맞는 정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일종의 한정식 상차림이다. 야후가 제공하는 원서치(One Search)나 구글 유니파이드 서치(Unified Search)도 유사한 방식이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정답을 바로 제공하는 네이버 검색 방식이 모바일에서 더 유리하다.

네이버와 구글간 접근 방식의 이러한 차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첫 화면에 구글 검색창이 기본으로 나오도록 유리하게 배치했음에도, 네이버가 모바일검색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보플랫폼의 정보 품질은 '신뢰성'이 전제 되어야 한다. 사용자는 ‘정보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정보를 만드는 주체에 대한 경험적인 믿음’이 있을 때 해당 정보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이나 어학사전은 전자의 경우다.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브랜드에 따라 뉴스 내용을 신뢰하고 이름 있는 영화 평론가의 지명도를 믿고 영화평을 신뢰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맛집 추천 서비스인 옐프(Yelp)는 아마추어 맛집 전문가들을 사용자들의 집단 지성으로 검증하고 그 신뢰도에 따라 사용자들이 맛집 평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플랫폼을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옐프는 미쉐린 가이드처럼 소수의 전문가로는 미국 전역에 있는 맛집들을 일일이 평가 할 수 없는 양적 문제를,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명예(honor)라는 '인센티브'를 결합함으로써 평가의 양과 질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검색에 노출되는 가게나 웹사이트 관리자들이 검색에 노출되는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함으로써 점주가 스스로 잠재고객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신의 정보나 사업 영역과 관련있는 검색어에 업소가 잘 노출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구글은 수많은 업소 정보에 대한 정확성과 최신성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네이버는 의료, 노무, 법률 관련 질문에 대한 지식인 답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협회 및 의사협회와 제휴해 국가자격증 보유자들이 직접 답변할 수 있도록 한다. 제품 사용법이나 고장 관련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해당 제조사가 직접 답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과거 홈페이지에서만 이뤄지던 고객지원 활동을 지식인 서비스 안에서 고객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보 플랫폼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하는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트래픽이 곧 수익인 상황에서 정보 플랫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시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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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많은 트래픽을 끌어들이기 위해 블로그가 검색 엔진에 잘 노출 되도록 내용을 인기 검색어로 도배하는 것이 이같은 사례 중 하나다.  트래픽이 주는 대가가 클수록 부적절하게 트래픽을 늘리려는 유혹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보플랫폼은 왜곡된 정보들이 신뢰할만한 정보보다 먼저 노출되도록 시도(abusing)하는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항상 숙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다음에 계속)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성호 LG전자 SBC센터장

2012년 7월에 LG전자에 입사하여 본사 조직인 스마트비즈니스센터(SBC) 센터장 역임 중. SBC는LG전자 스마트기기의 사용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 및 컨버전스를 사업부와 공동기획하고 이에 수반하는 서버 side 플랫폼의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2006년부터 2012년에 걸쳐 네이버 부사장으로 재직하였고 기획관리본부장, 검색본부장, 네이버서비스본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서비스와 제휴를 총괄하였다. 1989년 국내 1호 소프트벤처로 유명했던 휴먼컴퓨터 창업멤버로서 국내 최초의 윈도용 전자출판소프트웨어인 문방사우와 워드프로세서인 글사랑을 직접 개발한 장본인이다. 현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