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웹보드 게임사들의 뻔뻔한 ‘꼬리 자르기’

기자수첩입력 :2013/05/08 11:57    수정: 2013/05/08 14:10

최근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포스코 임원의 승무원 폭행’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납품과 폭언 횡포’다.

자칫 한 개인의 잘못, 또는 한 부서의 잘못으로 치부돼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공분화 되면서 대표이사 이름으로 회사의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회사가 부주의와 잘못을 정식으로 인정한 셈이다.

최근에 일어난 두 가지 논란을 지켜보면서 게임업계의 ‘슬픈 자화상’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된다. 바로 웹보드 게임을 이용한 사건, 사고를 대하는 게임사들의 무책임해 보이는 태도가 못내 아쉽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NHN의 직원들이 온라인 사기도박판인 이른바 ‘짱구방’ 운영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돼 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당시 모니터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금품을 받고, 불법 범행을 도와준 혐의를 받았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작년 2월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부산에서 한 게임업체가 게임머니 거래를 방조해 800억원 부당 이익을 챙긴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는데, 당시 검찰은 이 사건과 네오위즈게임즈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는 완구업체 손오공 관계사인 초이락게임즈의 한 임원이 100억원대 고포류 사이버머니를 불법 적립 및 환전하는 일에 가담해 검찰에 구속 기소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 회사 임원은 가맹점 영업 대행업체와 공모해 고포류 게임 이용자들의 판돈을 총판, 중개인, 가맹점 등에 수수료로 적립해 주고 사이버머니를 현금화한 혐의다.

이 외에도 넷마블, 엠게임 등도 웹보드 게임을 이용한 환전상 활개와 불법 운영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웹보드 게임 불법 운영 사고에 대해 그간 게임사들은 “일부 직원의 잘못일 뿐 회사와 관련 없다”는 볼멘 목소리로만 대처했다. 조직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비춰졌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특히 초이락게임즈의 경우 불법 ‘놀토PC방’ 창업 업체를 알선해주면서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불법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검찰에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임원과도 거리두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만난 모 중소게임사의 대표는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사행성 요소를 넣을지 고민 중이다”라고 까지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게임의 사행성 문제를 잘 알면서도 일단 돈 되는 건 다 해보겠다는 심보다. 이것이 바로 국내 게임사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최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사 대표들과 만나 게임에 대한 업계의 자율규제와 웹보드 게임으로 인한 사행성 문제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업계가 자정의 노력을 더 기울이고 국민과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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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남양유업도 들끓는 여론에 못 이겨 내놓은 사과였겠지만, 게임사들도 한 개인의 잘못, 또 일부의 실수라도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내부 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이에 앞서 웹보드 게임의 고질적 문제인 환전상도 실질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에도 떳떳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