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HTML5' 기대도 실망도 마라

전문가 칼럼입력 :2013/04/24 09:59

권희웅
권희웅

브라우저가 운영체제(OS)를 넘어서는 날이 올까? 이미 카운트 다운은 시작됐다. 구글은 가장 먼저 크롬을 통해 브라우저 기반의 신개념 디바이스인 크롬북을 선보일 때만 해도 다들 큰 관심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우분투나 파이어폭스 등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소개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이 HTML5 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표방하고 있고 여기에 얼마 전 삼성전자가 모질라와 함께 서보(Servo) 개발에 들어가며 새로운 플랫폼 경쟁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브라우저에 모두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내놓으라 하는 업체들이 HTML5 엔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 추이를 감안했을 때 현재 모바일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받고 있지만 앞으로 운영체제로서의 HTML5에 대한 관심이 더 가지 않을까?

■조앨온소프트앤소프트웨어 그리고 API 시대의 종말

최근 브라우저와 HTML5 관련해 생각을 하다 개발자라면 적어도 정독은 아니라도 목차는 한번 정도 보는 유명한 책 ‘조엘온소프트웨어’에 언급된 API 시대의 종말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한 줄로 요약 하자면 “운영체제 API를 통한 프로그래밍의 시대가 저물고 HTML 등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HTML5가 API를 밀어 내고 있다. 흔히 HTML5는 앱 관점에서 언급되곤 하는데 그 뒤에 깔린 배경이 훨씬 더 흥미롭다.

■언제 프라임타임을 맞이할 지 몰라도 브라우저는 확실한 투자 대상

요즘 운영체제 보다 브라우저가 더 대접받는 분위기다. 크롬 때문에 잠시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된 iOS와 안드로이드로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하지만 머지않아 브라우저가 진정 운영체제의 확실한 대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씁쓸한 것은 운영체제를 가진 자들은 모두 브라우저 역시 한 바구니에 담아 두고 현재도 잘 나가고, 미래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바꿀 카드 '브라우저 + HTML5'

API는 HTML에게 있어 그 동안 '넘사벽'이었다. HTML은 그다지 유려하지도 않았고, 다양한 UX 제공도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플래쉬, 액티브X, 자바 애플릿 등과 같은 보완책을 통하여 부족한 점들이 메워져 왔다.

하지만 HTML5는 API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HTML5하면 iOS나 안드로이드용 네이티브앱이 아니라 플랫폼 종속성 없는 앱 개발 차원에서 이야기들이 많다. 이건 개발만 바라봤을 때의 관점이다. 시장을 놓고 생각해 보면 HTML5는 애플이 공들여 쌓아 놓은 마켓플레이스의 벽을 허물 파괴력 있는 기술이다.

현재 앱 마켓은 운영체제에 종속적이다. 서로 경계선을 그어 놓고 거의 독과점식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도가 얼마나 더 갈까? 대중이 브라우저를 운영체제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순간, 게임의 법칙은 바뀔 수 있다. HTML5 앱을 만드는 개발자가 기업은 원하는 곳에 좌판을 깔고 고객 맞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브라우저 벤더가 앱 시장에 대한 접근성 면에서 우위를 점하겠지만 운영체제 때처럼 폐쇄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HTML5의 미래는 장미 빛 일색일까?

■또 다른 유형의 파편화의 시작 그리고 성능

'브라우저, 운영체제와 독립적인 앱.' HTML5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일 것이다. HTML5를 놓고 많은 이들이 장미 빛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작 모바일 앱 개발사들은 네이브티 앱과 HTML5를 놓고 섣불리 판단을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HTML5는 어디서나 돌아가는 호환성 걱정 없는 앱을 만들어 내는 마술 지팡이가 아니다. 오프 라인 모드 그리고 기기와의 연계, 네이티브 앱에 근접한 조작성과 특히 플랫폼 간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CSS, 자바 스크립트를 써서 결국 브라우저와 각각의 기기에 대한 최적화가 불가피 하다. 안드로이드 파편화가 앱 개발사를 괴롭혔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HTML5 역시 개발자들이 수많은 기기와 브라우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성능 문제에 있어서도 안드로이드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HTML5를 지원하는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대거 선보일 경우 초기 안드로이드 기기들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성능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성능 문제 해결의 열쇠로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CPU와 메모리 용량을 올리는 것을 택하고, 이것이 디바이스 시장의 신 모델 경쟁 키워드로 통할 수 있다. 완전히 같은 패턴이다.

네이티브 앱을 구동하는 iOS에 비해 자바가상머신을 사용하는 안드로이드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CPU와 메모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듀얼, 쿼드, 옥타 등으로 코어 수를 늘리며 iOS에 밀리는 사용자 경험을 만회해 왔다. HTML5 앱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하다. 텍스트로 구성된 스크립트 형태의 HTML5앱들은 아마 더 높은 성능의 CPU와 메모리가 뒷받침해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간단히 소개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적으로나 HTML5가 풀어야 할 이슈들이 많다. 해결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에서 절망할 필요 없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곧 해결책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HTML5가 만들어 낼 시장 기회들

가장 먼저 문제로 제시될 것은 보안이 아닐까 한다. HTML의 경우 코드가 네트워크를 타고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천재적 해커가 안드로이드 앱을 인코딩(encoding)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HTML5의 보안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HTML5 관련 여러 보안 대안들이 존재하고 나타나겠지만 꾸준히 숙제로 제기될 이슈이고 관련해 시장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관련기사

데이터 저장 역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HTML5 관련해 거론되는 문제들은 데이터 조회가 어렵고 쉽게 사용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다는 것 그리고 서버와 데이터 싱크 등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 저장 관련 여러 이유로 기기에 달린 로컬 저장장치의 경우 오프라인 모드 지원 정도로만 쓰이고 메인 저장 소는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활용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정리해 보자면 OS와 기기에 종속적이던 시장은 브라우저와 HTML5라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 앞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파괴적 기술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기존 환경의 문제를 답습하기도 하고 새로운 유형의 이슈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불완전함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내어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HTML5에 너무 큰 기대도 그렇다고 너무 큰 실망도 하지 말자고 말한 이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희웅 IT컬럼니스트

리눅스 커널을 들여다 보고 개발을 해온지 어언 십수년, 현재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발을 고민하고 있으며, 리눅스 및 커널 네트워킹과 시스템의 작동 원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